양향자 의원, 1일 '역사왜곡금지법' 대표발의… 법조계 "처벌조항 있고, 위헌 및 악용 소지 매우 높아"
  •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이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왜곡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이 법안은 일제강점기나 5·18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폄훼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역사 해석을 대상으로 처벌조항을 만든다는 것은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법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규정이 있는 만큼 별도로 처벌규정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던 민주당이 악용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법안을 만드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왜곡금지법 대상 범위…일제강점기,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양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첫날인 1일 '역사왜곡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폄훼하거나 피해자와 유가족을 이유없이 모욕하는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게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2회 이상 위반시 곧바로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고, 피해자나 유족의 고소가 없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제강점기와 5·18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근·현대사 사건과 관련해 △신문·잡지·라디오·TV, 그밖의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전시회·집회 등에서 역사적 사실을 부인 또는 현저히 축소·왜곡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허위 사실을 적시해 독립유공자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독립유공자 등을 모욕하는 행위 △식민통치 옹호 단체에 내응(內應)해 그들의 주장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했다.

    양 의원은 왜곡금지법을 발의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법안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지적을 내놨다. 역사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데, 다양성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의 한 법학교수는 "역사는 우리가 완벽하게 재생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며 "그것을 처벌한다는 것은 위헌이며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예컨대 5·18 같은 경우 전두환 정권에서는 그것을 폭동이라고 해석했다"며 "당시 전두환 정권과 해석을 달리했다고 처벌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3일 논평을 내 "아직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들이 포함된 법안이 상정되면 불필요한 역사 논쟁과 이념전쟁을 유발할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다양성 가진 역사 해석을 처벌?… 표현의 자유 억압"

    역사적 사실 왜곡이나 모욕을 할 경우 이미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왜곡금지법 같은 별도 처벌조항을 만드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법상 왜곡이나 비방의 대상이 특정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지만원 씨의 경우에도 지난 2월 법원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역사를 왜곡했다고 7년 이하의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법상 징역 7년 이하의 징역은 상해·인신매매·뇌물 등 중범죄에 적용되는 형량이다. 

    한 변호사는 "이미 현행법에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형량을 높인 별도 처벌조항을 만드는 것에 실익이 있는지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던 민주당이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왜곡금지법이 국가보안법 조항 중 제7조(찬양·고무 등) 조항을 그대로 가져와 썼다는 점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왜곡금지법 제6조와 국가보안법 제7조는 '일제강점기를 찬양하는 단체'와 '반국가단체'라는 주체를 제외하면 이들 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고무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등 법안의 내용이 비슷하게 돼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양 의원이 국가보안법을 실제 모델로 삼았는지는 모르지만, 겉으로 볼 때는 모델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위헌법률을 국회의원이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