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평가단, KBS 운영 상태 '우려'… "보도·편성·공정성 좋아지고 있다" 편파적 평가
  • 갈수록 악화되는 수익구조와 달라진 방송환경 등을 볼 때 KBS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경영평가'가 공개됐다. 그러나 보도와 공정성 부문에 대해선 '좋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해석이 내려져 이번 평가가 다분히 '편파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사업손실 759억원에 당기순이익 16억원 발생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KBS 경영평가단은 KBS 이사회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2019년 경영평가'에서 "KBS는 유휴자산 매각 등 사업외수익 활동으로 사업손실을 메워 숫자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수신료수입 정체와 △방송광고수입의 급격한 감소 △방송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제작비 증가는 KBS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KBS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9년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총 1조4566억원을 거둬들이고 총 1조4550억원을 집행해 759억원의 사업손실과 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또 자본이 142억원 증가할 동안 부채는 428억원 늘어나 총부채는 6000억원 규모가 됐다. KBS는 2018년 총수입 1조4758억원과 사업손실 585억원 등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평가단은 "KBS가 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상태의 균형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방송광고시장 등 KBS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수입예산 미달 가능성에 대한 사전 대처가 부족했다"며 "예산편성 단계부터 사업이익 중심의 균형예산을 편성하고 관리해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에 미납자본금 추가출자 납입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TV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하는 한편, TV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제작비와 경쟁력을 고려한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도·편성 부문, 점점 좋아지고 있다" 호평 일색


    이처럼 KBS의 재정 운영 상태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은 평가단은 KBS의 △보도 및 편성 △인력 운영 △방송의 공정성 △신뢰도 등에 대해선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평가단은 "KBS는 '콘텐츠 중심 조직구현'이라는 조직운영의 방향에 알맞은 조직편제를 구성했고, 변동형 직급체계를 도입해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인건비 절감효과를 거뒀다"며 "성평등 문화 확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차별방지를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호평했다.

    이어 "편성과 제작 부문 역시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영방송에 걸맞는 경영목표를 적절하게 설정했고, 경쟁 사업자의 약진 및 시청자의 소비행태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경영목표 설정에 반영했으며 편성전략의 변화 노력도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도와 교양 프로그램의 편성 증대, 장애인 방송에 대한 의무편성 비율 확대, 다문화 가정 프로그램의 주 시청시간 대 편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추어올렸다.

    평가단은 내부 반발이 심한 '뉴스7' 지역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평가단은 "'뉴스9'과 '뉴스7'의 차별화, 데이터 저널리즘 실천, 여성 메인앵커 발탁 등은 KBS뉴스의 심층성과 다양성을 높이고 사회적 기여도를 향상시킨 성과였다"며 "'뉴스7'의 지역화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지역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증대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지역의 관점을 전달하고 지역 간 이해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또 "4월 강원도 산불 당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지적받아야 한다"면서도 "산불 이후 과감한 개선으로 태풍 등 재난방송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점, 특히 제보 영상을 적극 활용하는 등 이용자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한 재난정보 제공, 미세먼지 특보 실시 등으로 재난 보도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野 추천 이사들 "객관성 결여된 경영평가" 맹비난

    이 같은 평가에 대해 KBS 이사회 야당 추천 이사들(서재석·서정욱·황우섭)은 "경영실적이 참담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가 없다'는 경영평가는 KBS에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외부평가단의 경영평가보고서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사들은 "지난해 3월 방영된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괴뢰다. 무덤을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고 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까지 받았으나, 평가단은 '국가기간방송의 역할에 맞게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되새겼고, 시청자에게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높였다'고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방영된 '시사기획 창 - 태양광 사업 복마전'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청와대 비서진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가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제작간부는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결방시키는 등 큰 논란이 빚어졌으나 평가단은 '소통과 공론의 장을 마련해 사회 통합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들은 "'보복위원회'로 불리우는 KBS진실과미래위위원회는 지난 정권 시절에 보직을 맡았던 직원들을 무더기로 징계하는 '인사폭력'을 저질렀고, '싹쓸이 인사'라고 할 정도로 보직 간부들이 특정노조 출신으로 메워졌는 데도 이러한 인사의 불공정성 문제는 경영평가보고서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이에 "이 같은 경영평가보고서를 이사회에서 접수하되, '방송의 공정성과 인사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 등의 내용은 이사회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는 내용을 명기해줄 것을 이사회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사들은 "이번 평가에서 소수의견이 배제된 점과 함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사업손실이 759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KBS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그널이고, 사업손실을 메우는데 급급해 중요한 공적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