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영노조 "경영진, 연구동 자리에 신사옥 추진… 언론노조 반대로 뜻 접어"
  • ▲ KBS 연구동 전경. ⓒKBS노동조합 제공
    ▲ KBS 연구동 전경. ⓒKBS노동조합 제공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몰카)가 발견돼 논란이 된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연구동 건물이 애당초 '불용자산'으로 분류돼 보안이나 안전 관리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특히 연구동에 대한 '안전등급'이 낮게 나오고 '석면'도 다량으로 검출됨에 따라 보수공사가 아닌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이 정해졌으나, 언론노조가 리베이트 의혹 등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연구동 신축 계획이 번번이 무산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썩어가는 건물'을 이렇다할 대책도 없이 내버려둔 경영진의 '무능함'이 빚어낸 참사라는 게 KBS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출입구 많고 CCTV도 없어 외부 범죄에 취약"

    3일 KBS공영노동조합 관계자는 "지은 지 50년이 다 된 연구동은 아파트라는 당초의 건축 목적 때문에 출입구가 일원화되지 못해 출입자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없고,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를 취하는 데에도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동은 기본적으로 불용자산으로 썩어가는 건물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투자·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KBS 안전관리실장이 밝힌 대로 CCTV도 설치돼 있지 않고, 출입 보안이 허술해 외부의 범죄 행위에 매우 취약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KBS노동조합 관계자도 "연구동은 진작에 재건축했어야 할 건물"이라며 "창사 47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보안시설인 KBS에서 '몰카'가 발견된 것은 경영진의 안일한 대처 탓이 크다"고 비판했다.

    "노후한 연구동, 66.4% 면적에서 석면 검출"

    KBS노조에 따르면 연구동은 오래전부터 재건축이 필요할 정도로 '안전등급'이 낮게 나온 데다 무려 66.4% 면적에서 '석면'이 검출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 노후된 수도관 때문에 녹물이 나와 따로 관을 설치해야할 정도로 연구동은 KBS 직원들에게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환경이라는 게 KBS노조의 주장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고대영 전 KBS 사장은 재임 시절 연구동을 완전히 철거하고 그 자리에 통합뉴스룸과 UHD시설, 예능공개홀 등이 들어서는 '미래방송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고 전 사장은 1300억원 정도의 사내 유보금을 종잣돈으로 마련해 신사옥 건축을 추진했다.

    2017년 KBS가 밝힌 신사옥 건립 계획에 따르면 미래방송센터는 2018년 착공에 들어가 올해 하반기 준공될 예정이었다.

    "언론노조 반대로 연구동 재건축 사업 불발"

    그러나 이 계획은 '수익모델이 없는 개발'이라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 한발짝도 진행되지 못했다.

    공영노조는 이를 언론노조의 반대와 여기에 동조한 경영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공영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KBS 언론노조는 2016년부터 '고대영 사장이 수익모델도 없이 막무가내로 신사옥 건축을 강행하려 한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쳤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를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선 언론노조 외에도 당시 KBS 감사와 기술본부장 등이 '설계용역에 대한 관행인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제보가 많다'는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삽질을 해야 콩고물이 주머니로 들어온다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라는 식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분들의 선동 덕분(?)인지 양승동 사장 역시 썩은 내가 날 정도로 노후한 연구동 개선 문제에 대해 어떤 시원한 해답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실행 가능성과 효과 등은 고려하지도 않고 연구동마저 정치적인 투쟁의 소재로 활용해온 저들 때문에 여자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돼도 알지 못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