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는 관련법상 정부 뜻대로 통과… 법사위 가져와 입법 권한 확보하는 게 유리"
  • ▲ 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주요 상임위원장 중 하나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종현 기자
    ▲ 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주요 상임위원장 중 하나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종현 기자
    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에 관심이 모인다. 177석의 더불어민주당과 83석의 미래통합당이 충돌하는 지점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등이다. 

    이 두 위원회는 법안과 예산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마지막 길목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만큼 여야가 사활을 걸고 차지하려 한다. 민주당은 기존에 야당 몫이던 상임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인 반면, 통합당은 이를 기필코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원 구성을 위한 첫 회동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 원내대표가 26일 만나는 가운데, 통합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예결위를 양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예결위를 내줘도 법사위는 못 내준다'는 말이 나와, 양당의 신경전이 지속될 전망이다. 

    '게이트키퍼' 역할 법사위·예결위 둘러싼 신경전 

    본격적인 원 구성 협의는 오는 26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서 할 예정이다. 주말인 24일 오후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의견을 교환한 지 이틀 뒤다. 

    정치권의 관심사는 법사위·예결위 등으로 좁혀진다. 두 상임위가 일종의 '게이트키퍼', 즉 야당 처지에서는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다시 심사한 뒤 본회의에 올린다. 예결위는 예산 심사를 담당한다. 야당으로서는 여당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곳인 셈이다. 검찰 개혁을 강하게 외치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역시 법사위를 가장 희망한다고 알려졌다. 

    그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가져갔던 관례를 재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그러나 행정부 견제·감시를 위해서는 법사위·예결위원장을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관례적으로 두 상임위원장은 야당 몫이었다.

    野, 예결위 내주고 법사위 사수?

    그러나 177석을 등에 업은 거대 여당이 두 상임위를 가져올 뜻을 재차 밝히면서, 원 구성 협상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법에 따르면  6월8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여야 원내대표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통합당이 예결위원장 대신 법사위원장 사수에 힘을 더 보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우리 당은 법사위·예결위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재차 밝혔다. 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그러나 "당내에서는 법사위원장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지난 연말 '4+1 협의체'가 (우리가 맡았던) 예결위원장도 무력화한 전례 등을 보면, 오히려 예결위원장보다 법사위원장(사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오히려 예결위원장을 야당에 주고 법사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법사위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장기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당은 오히려 법사위 빼앗기지 않을 것"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예결위를 야당에 주고 법사위를 가져오자는 의견이 많다"며 "예결위는 관련법상 정부 뜻대로 통과되기 때문에 예결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예결위를 야당에 주고 법사위를 가져와서 오히려 입법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여당으로서는 더 실익"이라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폐지하려 했으나 오히려 이를 살리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체계·자구 심사는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법사위가 다시 한번 심사하는 절차다. 때문에 야당이 예결위를 내주고 법사위를 가져간다면, 여당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폐지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법사위를 가장 희망한다고 알려졌다. 최 대표는 25일 제2차 최고위원회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남긴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가 무색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은 좌초됐다"며 "(그러나)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의 설치로 그 첫 발을 힘차게 내디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김진애 원내대표는 "최강욱 당선자는 1지망으로 법사위, 2지망으로 과방위, 3지망으로 외통위를 지망한다"며 "그 이유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그리고 무능한 관료주의를 깨려는 의사를 갖고 계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