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만→ 신장위구르' 분리 움직임 확산 우려… "중화주의로 시진핑 위기 돌파하려는 것"
  • ▲ [홍콩=AP/뉴시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24일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펼쳐 보이고 있는 다섯개 손가락과 한개의 손가락은
    ▲ [홍콩=AP/뉴시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24일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펼쳐 보이고 있는 다섯개 손가락과 한개의 손가락은 "5대 요구 사항을 단 하나라도 빼지 말고 모두 이행하라"는 뜻이다. 시위대의 5대 요구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 책임자 문책,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입장 전면 철회, 체포된 시위대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다. 2020.05.24ⓒ뉴시스
    중국이 이번주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처리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은 이미 홍콩을 대상으로 금융제재를 예고한 상태이며,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반중감정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더욱 심화하는 데다 홍콩 시민들의 반발이 극심해지는 상황인데도 중국이 이 법을 밀어붙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중국 시진핑 정권은 우한코로나를 조기에 막지 못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하며 '중국고사전략'을 노골화했다. 유럽에서도 중국을 향한 견제심리와 적대감이 점점 더 심화하는 상태다. 

    지난 5일에는 중국 공산당 싱크탱크조차 '전 세계 반중정서,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이라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미국·영국 등 40여 나라 시민 1만여 명이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에 중국 당국을 상대로 6조 달러(약 7312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시진핑 리더십 위기, 강경 민족주의 동시 강화

    최근 미국이 일본·호주·뉴질랜드·한국 등과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인 경제번영공동체(EPN) 추진을 공식화한 것도 중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 같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중국 내에서는 시진핑 리더십의 위기와 동시에 강경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할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25일 본지와 통화에서 홍콩보안법 관련, 시진핑 정권의 국내정치적 노림수를 언급했다. 최 교수는 "홍콩이 중국 땅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우한코로나로 심화한 대내외적 악재에 직면해 국민의 관심을 중화주의로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목 교수 "중국 공산당, 중화주의 조장하려는 것"

    최 교수는 이어 "6월 천안문 사태 기념일을 맞아 홍콩 내 반중 시위가 격화할 수 있어 사전에 적극 대응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 두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적 고립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최 교수는 "국제 고립이 심화할수록 국내적으로는 현존 리더십 중심으로 뭉치게 돼 있다"고 답했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시진핑 정권이 미국과 협상 카드 중 하나로 홍콩 보안법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먼저 중국이 미국 등 서방국가와 관계회복에 실패할 경우 홍콩 지배권마저 흔들릴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그와 동시에 홍콩 자유화를 미국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기수 선임연구위원은 25일 통화에서 "기본적으로는 홍콩을 이대로 두면 자유화 요구 분출과 그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보안법을 강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미관계가 최악으로 흘러가는 판국에 이왕 미국에 당할 바에는 홍콩 지배권이라도 확실히 해두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로 들어오는 자금이 상당한데 미국의 반발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홍콩 자유화 문제와 관련 미국의 반응을 살피고, 향후 협상 카드의 하나로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내다봤다.

    "미국-대만 가까워지는 것에 위기감"

    김 선임연구위원은 시진핑 정권이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에도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대만을 완전한 독립국가로 키워주려 한다. 대만이 중국에서 완전히 떨어져나가게 되면, 그다음은 홍콩, 이어 신장·위구르 지역까지 독립 분위기가 확산하는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홍콩 국가보안법('전국인민대표대회 홍콩특별행정부 국가안전 유지 법률제도와 집행기제의 확립에 관한 결정' 결의안 초안)은 현재 초안 상태로 논의가 진행 중이서 세부 법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분리독립 ▲중앙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 ▲인민을 향한 폭력과 협박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외국세력의 활동 등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홍콩 보안법 파동이 일자 당장 홍콩의 금융을 제재할 수 있다고 밝히며 중국을 압박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홍콩 영토를 포괄하는 강력한 새로운 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미국이 홍콩의 무역특권을 취소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 ▲ [홍콩=AP/뉴시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24일 시위 참가자 수백명이
    ▲ [홍콩=AP/뉴시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24일 시위 참가자 수백명이 "광복 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5.24ⓒ뉴시스
    美 "홍콩, 아시아 금융 중심지 유지 못할 것" 경고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중국이 이 보안법으로 홍콩을 인수하면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남아있을지 의문"이라며 "그것은 홍콩에는 비극이며 중국에도 아주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이 발언은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의 직전에 있는 것 같다"고 경고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왕이 부장은 앞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왕이 부장은 대만과 관련해서도 "대만은 중국의 내정"이라며 "미국이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인식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