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취 혐의' 윤미향 남편 무죄, '뇌물수수' 유재수 1심 집행유예… "총선 승리의 힘" 최민희 발언 파문
  • ▲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뉴데일리 DB
    ▲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뉴데일리 DB
    여권이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서초동'에 수상한 기운이 감지된다. 구속 수사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58) 씨와 동생 조권(53) 씨가 각각 10일과 13일 풀려난 데 이어 '4000만원 뇌물수수'가 인정된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22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학 16곳을 협박해 돈을 뜯은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남편 김삼석(55) 씨도 20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김명수 사법부'의 판결이 그간 판례에 비춰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뇌물액이 수천만원인데도 '실형'이 선고되지 않은 것은 대법원 양형기준에 어긋난 데다, 협박으로 금품을 갈취한 공갈의 경우 죄질이 매우 불량해 일반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 게 힘들다는 의견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근 사법부 판단과 관련, '정경심 석방은 총선 승리의 힘'이라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최근 사법부 행태에 여권의 총선 승리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16개大 갈취' 윤미향 남편… 대법원, 1심 실형 선고 뒤집고 '무죄'

    27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미향 당선인의 남편 김삼석 씨는 16개 대학들을 상대로 막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뒤 이를 취하하는 대가로 6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0일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2005년 경기도 수원에서 '수원시민신문'을 창간해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아오면서 2013~2018년까지 5년간 25회에 걸쳐 대학들을 상대로 막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한 뒤 "광고비를 주면 정보공개를 취하하겠다"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에게 피해를 입은 대학은 모두 16곳으로, 피해금액만 6033만원에 달한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언론인의 지위를 이용한 범행수법이 불량하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해 10월 "김씨에게 당초부터 공갈 고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고, 대학들도 김씨의 언동에 겁을 먹고 광고비를 지급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해 지난 20일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에게 무죄 확정판결을 내린 대법원 1부의 김선수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2007년 대통령비서실 사법개혁비서관으로 일했고, '친여'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이다.

    대가성‧직무관련성 인정했는데… "친분관계 선의로 이익 제공"?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금융업체 대표 등 직무 관련 업자들로부터 4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편의를 제공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된 유 전 부시장도 22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비난 가능성이 적지않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상당부분 인정하면서도 "뇌물 공여자들이 피고인 유재수에게 사적 친분관계에서 선의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을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1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권창회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1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권창회 기자
    하지만 유 전 시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3월16일 재판에서 "유 전 시장의 업무상 도움을 예상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순수한 '사적 친분관계로 인한 선의의 재산상 이익 제공'의 뜻이 아니라는 취지다.

    법조계에선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양형기준을 무시한 이례적 판결이라고도 지적했다. 현행법상 뇌물죄 양형 기준은 4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을 경우 기본 3~5년, 가중 4~5년, 감경 2년6개월~4년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총선 이후 '조국 일가'도 연이어 석방됐다. 웅동학원 비리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권 씨는 13일 '직권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초 재판부는 12일 조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예정했다. 그러나 전날인 11일 특별한 사유에 대한 언급 없이 조씨 재판의 변론을 재개한다고 발표하더니, 13일 돌연 조씨에 대한 직권보석 결정을 내렸다.

    이보다 3일 앞선 10일에는 조 전 장관의 아내 정씨가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났다. 재판부가 8일 검찰이 요청한 정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총선 전인 지난 3월만 해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며 정씨 측의 보석신청을 기각했었다.

    총선 전후 판단 달라진 정경심 재판부… 최민희 "총선 승리의 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민희 전 의원의 '총선 승리의 힘'이라는 발언이 재조명 받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조국 일가가 잇달아 석방되자,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승리의 힘! 국민의 힘!"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논란을 의식한 듯 '총선 승리의 힘'이라는 문구를 지웠다.

    검사 출신의 한 의원은 "여당 인사까지 '총선 승리의 힘'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윤미향 남편의 재판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정말로 여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총선 결과가 사법부에까지 미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법조계도 최근 재판부 판결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봤다. "총선 결과 등 정치적 상황이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긴 어렵지만, 유재수 전 지사의 집행유예 판결 등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총선 영향이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확정적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다만 유재수 전 부시장 판결 등은 다른 유사 사건의 양형기준에 비해 분명히 적절한 판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선고기일을 앞두고 변론 기일을 연장해 직권보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 전 부시장의 경우에도 4000만 원 상당의 뇌물 수수 건은 보통 실형을 하는데 집행유예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