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구소련 극비문서 단독 입수… "1956년 조봉암 대선 자금 지원" 김일성 발언 발견
  • ▲ 법정에 앉아 있는 '진보당 사건' 관련 피고인들. ⓒ연합뉴스
    ▲ 법정에 앉아 있는 '진보당 사건' 관련 피고인들. ⓒ연합뉴스
    1959년 간첩혐의로 사형당했으나 2011년 대법원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 진보당 당수 조봉암이 김일성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타진할 정도로 북측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기록이 공개됐다.

    17일 주간조선에 따르면 1968년 9월 당시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자 내각 수상이었던 김일성이 북한을 방문한 드미트리 폴랸스키 소련공산당 정치국원 겸 내각(각료회의) 부의장에게 "1956년 남한 대선에 개입했다"고 밝힌 구(舊)소련 외교문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서는 1956년 3대 대통령 선거 때 자유당 후보 이승만 대통령에 맞서 출마한 무소속 조봉암 후보가 북측에 조언을 요청했고, 이를 전달받은 북한이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소집해 진보당 설립과 조봉암 후보를 지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서 김일성은 '남한의 정세'를 묻는 폴랸스키 소련 내각 부의장에게 "남조선에 대한 조선노동당의 노선은 혁명세력 준비 겸 사회민주화"라며 "남한에 '진보당'이란 소위 '합법 정당'의 설립을 지원했고, 1956년 남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조봉암 후보 측에 자금을 지원하고 (출마를) 조언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조봉암)는 우리에게 (대선 출마와 관련) 조언을 부탁했고, 해당 임무를 달라고 했다. 우리는 (조선노동당) 정치국에서 이 편지를 토론했고, 그가 이승만 정권의 장관(농림부 장관)이라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다른 동지들을 통해 그(조봉암)에게 연결체가 될 수 있는 합법 정당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김일성은 "그러나 1958년 '진보당 사건'으로 진보당이 와해되고, 당수였던 조봉암이 이듬해인 1959년 처형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면서 "한 정당의 나쁜 영도 탓에 우리는 큰 상실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일성의 발언이 기록된 '구소련 외교문서'를 러시아 연방 국가문서보관소에서 발견한 사람은 표도르 째르치즈스키(한국명 이휘성) 국민대 선임연구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째르치즈스키 박사는 이전에도 모스크바 국가문서보관소에서 기밀해제된 김일성과 최용건, 김책, 안길, 서철 등 소련 제88독립보병여단(88국제여단) 출신 북한 정권 수립 초기 핵심인물들의 수기(手記) 이력서 등 각종 기록을 발굴해 주간조선에 제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