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강기정 수석 '요구사항' 줄줄이 늘어놓자… "급해도 바늘 허리 꿰어 못 써" 퇴짜
  • ▲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접견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박성원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접견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박성원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고용보험을 대폭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데 협조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탁을 사실상 거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예방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를 꿰어서 쓸 수는 없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이달 말 개원하는 21대 국회에서 여당에 순순히 주도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주호영, 文 고용보험확대법 협조요청 거절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원내대표실에서 강 수석을 만났다. 강 수석은 주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원내대표 취임 축하인사를 건네면서 고용보험법 시행 시기를 앞당겨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 수석은 또 "대화와 협치에 크게 나서달라" "구직자취업촉진법을 처리해달라"는 등 야당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할 데이터 기반 행정활성화법과 지방자치법 등의 처리도 요구했다. 야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요구사항만 잔뜩 늘어놓은 것이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를 꿰어서 쓸 수는 없다"며 사실상 수용을 거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강 수석을 향해 "축하하러 오신 줄 알았는데 주문이 많다"고도 꼬집었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 원내대표는 1시간 전인 이날 오전 10시  문희상 국회의장도 만났다. 문 의장은 의장실에서 주 원내대표를 만나 "지성·열정·균형감각이 골고루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묵은 찌꺼기를 한 번에 계산하는 문제다. 중요한 입법들도 많다"며 '일하는 국회법'을 처리해달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문을 열면 비집고 들어올 법안들이 많아 잘못하면 졸속이 될 수 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177석 거대여당의 탄생으로 여야가 완벽한 합의를 하지 않은 법안들의 '날치기 통과'를 우려한 것이다.

    21~22일 '당선인 워크숍'…지도체제 '끝장토론'

    주 원내대표는 총선 패배로 침체한 당 수습방안 마련에도 주력한다. 주 원내대표는 21~22일 양일간 숙박 없이 21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을 열고 표류하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와 '무소속 4인방 복당' 등과 관련한 논의를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각종 현안을 두고 끝장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당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헌·당규대로 전당대회를 치를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보다 '김종인 비대위'에 우호적이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지도체제 결정과 관련해 당선인들의 총의를 모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워크숍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내 소수의견에 그쳤던 '주호영 혁신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미약하나마 커지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호영, 패배감 휩싸인 통합당 살릴까

    이번 워크숍에서는 지도체제 구성과 함께 통합당 출신 무소속 4인방(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의 복당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여당을 상대하기 위해 하루빨리 무소속 의원들이 복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당 중진의원들이 내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경선 당시 "복당을 막아야 하는 선택지가 없다"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순차'냐 '일괄'이냐, 그렇다면 때는 언제냐, 정도의 논란이 있다"고도 밝혀 무소속 4인방의 일괄복당보다 선택적 복당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권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극도의 패배감에 휩싸인 통합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한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돌아오면서 당이 안정감을 찾아가는 분위기"라며 "이제 지도체제만 확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