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등서 확산 위험" 전문가 경고 무시… 박원순 "누적 검사 2만 건" 엉뚱한 자화자찬
  • ▲ 용산구가 유흥주점 등이 집단감염 위험시설이라고 경고하기 위해 설치한 현수막. ⓒ권창회 기자
    ▲ 용산구가 유흥주점 등이 집단감염 위험시설이라고 경고하기 위해 설치한 현수막. ⓒ권창회 기자
    이태원 클럽 관련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130명을 넘어섰다.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지 7일 만이다.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9일 서울 소재 유흥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감염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태를 키운 건 박원순 서울시장"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1~2개월 전부터 클럽 등의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후약방문'식 행정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전화 인터뷰에서 "클럽 방문자 검사는 권고가 아닌 의무"라며 "최대 적은 '나 하나쯤'이라는 방심"이라고 언급했다.

    박원순 "클럽 방문자 검사는 의무"… 익명검사 성과 과시

    박 시장은 "익명 검사 도입 이후 서울의 검사 건수는 평소 대비 8배로 뛰었다"며 이번 확산 사태와 관련한 누적 검사 건수가 2만4082건이라고 익명 검사 성과를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이태원 클럽 방문자가 전수검사받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익명 검사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데 익명 검사 수치를 일부러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확진돼 있을 수 있는 만큼 선별진료소에서 간단히 검체 체취만 하면 되므로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지난 9일 서울 소재 유흥시설에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했다. 운영자제 권고보다 강력한 사실상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박 시장은 "집합금지명령을 어기는 업주에게는 벌금이 건당 최대 300만원가량 청구될 수 있다"며 "가게를 열고 운영하는 경우 방문자에 대해 개별로 고발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감염 사태가 전국을 위협하면서 의료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박 시장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클럽에서 춤을 출 때 많은 활동량이 있기 때문에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기 어려워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환기도 되지 않는 시설이 많다. 감염이 잘 되는 최적의 조건"이라며 "(이번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클럽 방문자들에게도 책임은 있지만 절반의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 ▲ 이태원 소재의 한 클럽이 집합금지명령을 받고 폐쇄당했다. ⓒ권창회 기자
    ▲ 이태원 소재의 한 클럽이 집합금지명령을 받고 폐쇄당했다. ⓒ권창회 기자
    최 회장은 "이미 3~4월에도 클럽 등 유흥시설의 위험성과 관련해 계속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질적인 관리 강화가 되지 않은 것"이라며 "사후약방문 식 대처를 해놓고 일하는 걸 보여주는 식으로 방역대처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집회도 막았고 교회 예배도 자제시키고 했는데, 사람이 많이 모여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클럽 등 유흥시설은 왜 그냥 놔두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신천지 관련 사태가 터졌을 때 종교집회 자제하라고 으름장 놓듯 해놓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클럽 등 유흥시설에 대한 제재가 좀 느슨했다"며 "그런 걸 볼 때 지금 박원순 시장의 대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정치적 고려를 했기 때문에 종교집단은 막고 클럽 등 유흥시설은 열어둔 것 아니냐"며 "그러다 보니 자꾸 뒷북을 치게 되는 것인데 정치인이기 이전에 행정가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자 총 133명… "왜 클럽 영업하게 방치했나" 비난

    sns 등에서도 박 시장의 대처를 놓고 비난이 거세다. 네티즌 jewel*****은 "도대체 이태원 클럽을 어쩌자고 영업하게 내버려뒀냐"며 "개학이 또 1주일 연기된 것은 오로지 자네의 잘못 때문인데 책임지는 자세로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규탄했다. 

    또 다른 네티즌 yullu****은 "서울시장인 박원순 당신은 방역책임자로 이태원 클럽 사태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다. 부끄러워하고 송구스러워해야 하는 거라고"라고 했고, 네티즌 hong***은 "이태원 클럽 확진자보다 서울시 방역당국에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당연히 총책임자는 박원순 시장"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14일 오후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는 133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12시 기준 서울 내 확진자는 73명에 달한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감염사태는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강원·충북·부산·전북·경남·제주 등까지 번지며 전국을 위협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감염 위험이 높았던 시기(4월24일~5월6일)에 클럽을 방문한 이들은 약 55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00여 명은 아직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여기에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와 접촉자들이 학교·학원·교회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집단발병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