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배치 B-1B 폭격기, 지난 4월 일본 자위대와 훈련한 B-1B와는 달라
  • ▲ 미공군 B-1B 편대를 호위하는 일본 항공자위대 F-2 지원전투기. 2017년 9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공개사진.
    ▲ 미공군 B-1B 편대를 호위하는 일본 항공자위대 F-2 지원전투기. 2017년 9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 공개사진.
    미군이 지난달 본토로 철수시킨 B-52H 대신 B-1B 폭격기를 괌에 배치했다. 이 기종은 지난 4월 일본 항공자위대와 훈련을 하고 남중국해까지 날아갔던 B-1B와 다르다고 한다.

    군 당국 “미군, B-1B 괌 배치 이전에 우리와 정보 공유”

    B-1B 폭격기 4대와 병력 200여 명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됐다는 소식은 지난 3일 군 관계자를 통해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온 B-1B 부대는 텍사스 엘스워스 기지의 제9폭격비행대대 소속으로, 6개월간의 순환배치가 끝나 본토로 돌아간 B-52H를 대체하는 부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지난 4월 20일 괌에 주둔하던 B-52H 폭격기 5대를 본토로 이동시키면서 동아시아 전력 공백이 우려됐는데 2주 만에 B-1B를 배치했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이 기종이 배치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라고 국내 언론들은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미군의 B-1B 폭격기 순환배치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미군은 폭격기를 평소에는 본토에 두고, 분쟁이 생겼을 때만 해당 지역에 급파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미군은 이를 ‘역동적 전력 전개’라고 부른다.

    미 본토에서 일본·남지나해까지 출동했던 B-1B

    미군은 지난 4월 22일 사우스다코타 엘스워스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제37폭격비행대대 소속 B-1B 폭격기를 일본으로 보내 주일미군의 F-16 전투기 4대, 일본 항공자위대 F-15J, F-2 전투기 15대와 연합기동훈련을 실시했다.

    찰스 브라운 주니어 미 인도·태평양 공군 사령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작전은 세계적인 전략자산 배치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지키겠다는, 미군의 변함없는 공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일 연합훈련은 괌에 배치했던 B-52H 폭격기 5대를 본토로 철수시킨 지 이틀 만에 실시됐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설명했다.
  • ▲ 미군의 장거리 대함 미사일 LRASM. ⓒ미공군 공개사진.
    ▲ 미군의 장거리 대함 미사일 LRASM. ⓒ미공군 공개사진.
    제37폭격비행대대 B-1B 폭격기는 4월 30일에도 아시아로 출격했다. 이때는 B-1B 폭격기 2대가 일본을 거쳐 오키나와, 괌을 거쳐 남지나해 일대까지 비행을 했다.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B-1B 폭격기 편대가 왕복 32시간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본토에 주둔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작전에 문제가 없음을 과시한 것이었다. 이것이 ‘역동적 전력 전개’였다.

    신인균 “괌에 배치한 것과 일본·남지나해 비행한 폭격기 달라”

    언론에서는 다 똑같은 폭격기라고 보도했지만 실은 다르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함공격 능력 보유 여부라고 했다. “김정은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지난 4월 하순 일본과 오키나와, 남지나해로 날아온 B-1B 편대는 대함 공격이 가능한 기종인 반면 최근 괌에 배치된 B-1B는 SLAM(원격 지상공격 미사일)과 평범한 폭탄만 쓸 수 있는 기종”이라고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설명했다.

    즉 일본 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하고, 남지나해까지 갔던 텍사스 엘스워스 기지 소속 B-1B 편대는 LRASM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텍사스 다이스 기지에서 출발해 오키나와, 동지나해를 거쳐 괌에 도착한 B-1B 폭격기 4대는 JASSM(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 합동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과 통상 폭탄을 사용하는 기종이다.

    JASSM을 개량한 LRASM은 스텔스 성능을 갖춘 대함미사일이다. 탄두는 450kg, 사거리는 560km다. 탄두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1600km라고 한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LRASM를 이용하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연안에서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군의 동아시아 전략은 갈수록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역동적 전력 전개’라는 개념도 그 흐름을 따른 것이다. 미군은 일본과는 ‘역동적 전력 전개’ 개념을 연습하고 있지만 한국과는 하지 않고 있다. 누가 미군과의 합동연습을 거부하고 있는지는 군과 정부 모두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