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17일엔 "金, 카리스마와 당 수습 경험있다"더니… 25일부터 "정체불명 부패 인사" 저격 본격화
  •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정상윤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정상윤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대표가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때리기에 나섰다. 당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찬성했던 홍 전 대표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홍 전 대표의 대권행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홍 전 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체불명의 부패 인사가 더 이상 당을 농단하는 것을 단연코 반대한다"며 1993년 4월 김 전 위원장의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민주정의당 의원이던 김 전 위원장은 동화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홍 전 대표는 "당시 김 전 수석(김종인 전 위원장)의 주임검사는 함승희 검사였다"며 "함 검사가 밤샘 수사에도 자백하지 않는 김 전 수석에게 '홍준표가 대검에 파견 나와 있는데, 홍 검사가 조사하러 올 것이다. 그는 조폭 수사 전문이라서 거칠게 수사할 것'이라고 겁을 줬다면서 내게 들어가 보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김종인, '개혁팔이'로 비례 5선했으면 그만 만족하라" 

    그는 "(조사실에) 들어가 보니 김 전 수석은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며 "나는 그에게 '가인 김병로 선생 손자가 이런 짓을 하고도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 더 뻗대면 뇌물 액수가 더 크게 늘어날 것인데, 지금까지 추적한 것으로 끝내는 것이 어떠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두 마디에 밤새 뻗대던 그는 잠시 그렇게 생각하더니 그러자고 했다"며 "함 선배에게 바로 보고하고 입회 계장이 즉시 자백 조서를 받은 것이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의 전말"이라고 부연했다.

    홍 전 대표는 이 같은 폭로 배경에 대해 "그런 사람이 정치판에서 개혁 운운하며 노욕을 채우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부끄러움을 안다면 이제 우리당 언저리에 더 이상 기웃거리지 말길 바란다"며 "뇌물 전과자로 개혁 대상자인 분이 지금까지 '개혁팔이'로 한국 정치판에서 이당 저당 오가면서 전무후무할 비례대표 5선까지 했으면 그만 만족하고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저격했다.

    홍 전 대표는 전날(25일)에도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2012년 4월 총선 당시 '내가 조사한 뇌물 사건 피의자에게 공천 심사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천명하면서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세월이 지났지만 이것을 묻어 두고 싶었는데, 최근 그분의 잇단 노욕에 찬 발언들을 보면서 부득이하게 지난 일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金, '70년대생 경제 전문가' 언급 후… 洪, 돌연 태도 변화 

    홍 전 대표는 불과 일주일 전쯤만 해도 김 전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를 찬성했다. 그는 지난 1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부에는 비대위원장 감이 없다고 본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면 어떨까. 그분은 카리스마도 있고 또 오랜 정치경력도 있다. 당에서 혼란을 수습해 본 경험도 있기 때문"이라고 김 전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급작스런 태도 변화는 자신의 대권행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홍 전 대표는 공공연히 대권 출마 의지를 내비췄는데,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4일 "'70년대생 경제전문가'가 차기 대선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구상이 김 전 위원장과 충돌하자 견제에 나섰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해석이다.

    홍 전 대표는 25일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한 듯 "처음에는 김종인 씨 만큼 카리스마 있고 혼란한 당을 수습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그가 돼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 후 그분은 당원 무시, 당소속 국회의원 무시, 당헌 당규 무시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자신이 황제라도 된 듯이 당원, 대의원, 국민들이 정하는 대선후보도 자신이 지명한다는 태도를 보일 때 이런 오만 방자한 사람이 당에 들어오면 우리 당이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