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4일 사건 이후 가해직원 징계 안 해 내부서도 불만… "성범죄 심각성 모르는 게 아닌가" 비판
  • ▲ 서울시청 청사 전경. ⓒ뉴데일리 DB
    ▲ 서울시청 청사 전경. ⓒ뉴데일리 DB
    서울시가 동료 여직원을 성폭행한 시장 비서실 직원을 즉시 징계조치하지 않고 타 부서로 보내는 등 미온적 조치로 그쳐 시청 내부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직원 A씨는 총선 전날인 지난 14일 동료 직원들과 모임을 가진 뒤 오후 11시쯤 만취한 동료 여직원 B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성폭행당한 다음날인 15일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취 동료 여직원 모텔로 데려가… 서울시, 언론 보도 뒤 직무배제

    의아스러운 점은 서울시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인 미온적 태도다. 그동안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박 시장의 '신념'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시청 내부에서조차 사건을 '쉬쉬'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시는 해당 사실이 서울 시청 내부에 퍼지자 A씨를 징계조치도 없이 비서실이 아닌 다른 부서로 발령냈다. 가해자와 피해 여직원을 같은 청사 내에 근무하게 한 셈이다. 그러다 23일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나서야 A씨를 직무배제(대기발령)했다.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여직원 성폭행 사건 관련 서울시 입장'을 낸 것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날이었다.

    A씨의 직위해제는 서울시가 관련 성명을 낸 다음날인 24일에야 이뤄졌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서울시는 23일 사건의 심각성을 보다 엄중하게 판단하고 가해자를 직무배제 조치했다"며 "오늘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가 접수돼 해당 직원을 즉시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어 "가해자에 대한 보다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성 관련 비위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직원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서울시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시청 내부에서도 '한심한 대처'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불가능하다"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던 박원순 시장은 왜 침묵하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또 다른 시청 공무원도 "사건이 불거졌을 때 단호한 조치를 내려야 했다는 말이 내부에서 많았다"며 "비서실 직원이라서 시장이 공격받을까봐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 공격받을까봐 덮으려고 했던 것 아니냐" 내부 비판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서울시를 비판했다. 조은희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성범죄 이후 가해자가 피해자를 회유·협박할 수도 있는데 언론 보도 이전까지 타 부서로 발령 조치만 낸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서울시의 조치는 형식적 분리조치라고 생각되며, 시가 성범죄의 심각성을 모르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 역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라며 "김태균 국장이 '서울시는 23일 사건의 심각성을 보다 엄중하게 판단하고 가해자를 직무배제했다'는 말 자체가 서울시의 성인지감수성이 얼마나 밑바닥을 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14일에 사건이 발생했으니 총선과 주말을 제외하면 A씨는 직무배제되기 전까지 약 7일을 근무한 셈"이라며 "이 기간 출근·점심·퇴근시간이 겹쳐 마주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셈이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