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영아 살해범·n번방 가해자, 검찰 항소 안해 감형… 항소 안할 시 1심보다 무거운 형 선고 못해
  • ▲ 최근 '인천 영아 사망사건'·'n번방 운영자' 등 주요 형사 사건 가해자들의 형량을 두고 법조계 논란이 이어졌다. ⓒ뉴데일리 DB
    ▲ 최근 '인천 영아 사망사건'·'n번방 운영자' 등 주요 형사 사건 가해자들의 형량을 두고 법조계 논란이 이어졌다. ⓒ뉴데일리 DB
    '인천 영아 살해사건'·'n번방 운영자' 등 주요 형사사건 가해자들의 형량을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다. 검찰이 항소를 제때 하지 않아 이들이 낮은 형량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항소는 하급법원 선고 이후,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상급법원에 요청하는 행위이다. 선고 후 7일 이내 항소해야 한다.

    3월 2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 안. 연두색 수의 차림의 여성과 남성이 피고인석에 섰다. '인천 영아 살해사건'의 가해자들이다. 이들은 2019년 5월25일~31일 인천 부평에 있는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된 자신들의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13형사부(부장판사 구회근)는 형을 선고하기 전 "검사가 1심 판결 뒤 항소했다고 해도, 오늘 저희들은 곧 선고할 형량과 같은 형을 선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아 살해사건' 가해자들 항소했는데… 검찰, '실수'로 항소 안해

    앞서 재판부는 3월 6일 1심 선고 뒤 "형을 깎아달라"며 항소한 피고인과 달리, 항소하지 않은 검찰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터였다. 이후 '검찰이 실수로 항소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커졌고, 같은 달 26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직접 논란 진화에 나선 것이다. 재판부는 결국 여성에게는 징역 7년, 남성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당시 미성년자였던 여성에게 장기 15년~단기 7년형을, 남성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었다. '장기 15년~단기 7년'은 7년의 수감생활을 마친 뒤 교화 여부에 따라 조기 출소가 가능하고, 최대 징역은 15년이라는 의미다. 만 19세 미만 피고인은 소년법 60조 규정을 적용받는다. 이 조항은 '소년범에게는 단기와 장기 형을 함께 선고한다'고 규정했다.

    2심 재판부의 설명에도, 검찰은 항소 실수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행법상 검사가 항소를 하지 않으면, 항소심 재판부가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서다. 2심 선고 이후에도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지난 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검찰 항소 안 하면… "1심보다 높은 형 선고 못해"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가학적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관련 재판이다. '켈리'(텔레그램 닉네임)로 불린 신모 씨는 최근 징역 1년형을 확정받았다.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은 탓이 컸다.

    춘천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김대성)는 17일 아동·청소년 음란물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씨의 재판을 종결했다. 신씨가 항소를 취하한다는 서류(항소취하서)를 제출한 직후다. 법원은 "1심 재판 이후 검찰이 항소도 하지 않았고, 신씨만 항소했다"며 "이 상황에서 신씨가 항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재판을 종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이 16일 n번방 관련 보강수사를 토대로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건 이후, 검찰의 항소 논란을 지적하는 법조계 의견이 이어졌다. 인천 영아 살해·n번방 같은 사건은 '검찰의 명백한 실수'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최근 횡령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 등에서도 검찰은 항소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무죄 나온 사건에도 항소 안한 경우 있다"

    형사전문의 한 변호사는 "현행법상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 즉 검찰이 항소를 안 하면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지 못하는 원칙이 우리 법에서는 작동하고 있다"며 "영아 살해사건 등과 같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피고인들에게 더 높은 형량을 부과할 수도 없게 된다"고 했다. "영아살해 사건은 검찰이 실수로 항소를 놓친 측면이 많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구형한 형량 대비 50~70% 정도의 형량이 재판에서 선고되면, 통상 항소를 하지 않아 왔다. 집행유예, 무죄, 구형한 형량보다 현저히 낮은 형량이 선고된 때에 한해 항소를 해온 셈이다.

    서울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 역시 "검찰이 실수로 항소를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며 "그 결과 영아살해사건이나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피고인들이 낮은 형량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