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9.9% ↔ 통합당 41.5%' 정당 지지율 8.4%p 차에 불과… "코로나 실업 공포가 여당 심판론 삼켜"
  • ▲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 조경태 최고위원, 김광림 최고위원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 고개숙여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 조경태 최고위원, 김광림 최고위원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들께 고개숙여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번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253석 가운데 163석, 미래통합당은 84석을 얻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민심(民心)이 정권 대신 야당을 심판했다는 시각이 주를 이뤘다. 그동안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중도층이 진보층으로 대거 이동해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논리라면, 이제 우리 사회에는 정치성향이 진보인 국민이 보수의 2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김세연 통합당 의원은 패인으로 "정치환경이 변화했는데, 이것을 감지하지도 못한 채 강경 지지층에 휘둘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1. 국민 10명 중 4명은 통합당 찍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49.9%' 대 '41.5%'.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민주당과 통합당의 4·15총선 정당득표율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434만5425표, 통합당은 1191만5277표를 얻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격차는 8.4%p에 불과하다. 그런데 의석 수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는 1등이 의석을 차지하는 '승자독식형' 선거제도 때문이다. 선관위가 공개한 정당득표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권자가 보수에서 진보로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직도 국민 10명 중 4명은 통합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우리나라의 이념지표를 크게 봐서 십수년째 '보수우파 3, 친북좌파 3, 무당중도 4' 상황이 크게 변함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2. 생소한 조어.... '야당 심판론'의 허구

    특히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를 맞은 시점에 치러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시각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에서 심판 대상은 '야당'이 아니라 청와대 권력과 집권여당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한코로나 확산으로 일자리와 안전 여부가 불안해진 사람들이 대거 안정을 택한 것이 통합당의 패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17일 '야당 심판? 실업 공포가 여당 심판 삼킨 것'이라는 제목의 온라인판 기사에서 "여당 압승으로 끝난 총선 결과를 두고 '야당 심판'으로 분석하는 기사를 보면 코웃음이 나온다. 정당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노 논설위원은 "야당에 무슨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심판을 하나. 심판은 국정운영을 하는 여당이 받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코로나 실업 공포가 여당 심판론을 삼킨 것으로 보면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3. 황교안·김형오·김종인... 지도부 갈등의 결과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의 참패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갈등 등 당내 분열을 일으킨 게 자멸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천을 여러 차례 번복하는 동안 리더십과 전략이 실종됐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참패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강남갑(태구민) 등 일부의 지역구 공천에 개입하는 등 자기중심적 모습을 보여 내부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합당이 여권의 '세월호 프레임'에 말려든 것도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합당이 '세월호 000' 발언을 한 차명진 후보를 제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차명진 막말'을 비판하기에 앞서 세월호 추문의 진실부터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또 "보수정당이 세월호 성역에 갇혀 정치적으로 이용당한다" "진실을 마주해야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통합당, 경제·성장 등 대안정책 강구해야

    일단 통합당은 이번 총선 참패를 계기로 대대적 혁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권한대행은 17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표로 보여주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재창당에 버금가는 쇄신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심 대행은 "경제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며 "새 출발점에 섰다는 각오로 시대 변화에 맞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통합당이 현 여권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면서 핵심경제활동인구인 30~40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2022년 대선에서도 참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을 사로잡을 경제, 환경, 지속 가능한 성장, 사회적 소통 등 대안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