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선언' 이후에도 글 올려… 캠프 상황실장, 김진태 동향파악-증거수집 요구 '파문'
  • ▲ 허영 더불어민주당 춘천갑 후보자 선거 사무소. ⓒ춘천=정상윤 기자
    ▲ 허영 더불어민주당 춘천갑 후보자 선거 사무소. ⓒ춘천=정상윤 기자
    4·15총선을 앞두고 '진저팀(진태저격팀)' 결성을 모의한 것으로 밝혀진 더불어민주당 춘천시지역위원회 당원들의 단체 카카오톡방에 허영 더불어민주당 춘천-철원-화천-양구갑(춘천갑) 후보가 최근 2년간 총 140여 차례 글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사실이 9일 확인됐다. 

    특히 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단톡방에서 경쟁상대인 김진태 미래통합당 춘천갑 후보의 동향 파악을 요구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2018년 80번, 2019년 50번…올해도 10번 글 올려

    본지는 민주당 춘천시지역위 단톡방의 대화 내용(2018년 4월13일~2020년 4월3일) 전문을 단독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허 후보가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2년간 총 140여 차례에 걸쳐 글과 사진을 올린 사실이 밝혀졌다. 허 후보는 특히 4·15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올해에만 10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다. 

    주요 대화 내용을 보면, 허 후보는 2019년 2월10일 오후 4시15분 "5·18 역사왜곡 자유한국당은 사과하고, '괴물 3인방' 김진태·이종명·김순례는 의원직을 자진사퇴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직접 올렸다.

    허 후보가 이 글을 올리기 직전인 오후 1시25분에는 민주당 당원 최모 씨가 "김진태 타도, 규탄집회를 열어야 할 듯합니다"라며 운을 띄웠다. 또 다른 당원인 윤모 씨는 오후 3시27분 '김진태 규탄 논의 건'을 주제로 '2019년 제2차 긴급운영위원회' 개최를 알리는 안내문을 올렸다.  

    이 회의 이후인 2019년 2월12일 오후 5시30분 윤씨는 "내일은 강원지역 5·18민주화운동동지회에서 김진태 의원 사무실로 항의방문합니다. 당원분들께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라고 공지했다. 

    "김진태 규탄대회 못 가 송구" 글에… 허영 "넵 갑사합니다" 답변

    허 후보는 다음날인 2월13일 오후 2시15분 '김진태가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올리며 "혹시 이런 문자를 033-242-9901번으로 받으신 분들은 신고 바랍니다.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고자 합니다"라고 썼다. 

    허 후보가 단톡방에 올린 문자메시지는 김 의원이 배포한 "민주당은 김경수 판결문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잘못된 건 민주당"이라는 내용의 글이다. 그러자 민주당 당원 최모 씨는 곧바로 "(허영) 위원장님, 어제 기자회견과 금일 김진태 타도 규탄대회에 참석하지 못해 송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허 후보는 "넵 감사합니다. 늘 든든한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을 남겼다. 

    앞서 허 후보는 이날 오전 9시10분 "오늘 11시 김진태 사무실 앞에 많이 오셔서 강원에 사시는 5월 유공자이자 첫 시민들의 행동에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강원지역 5·18민주화운동동지회'가 연 '김진태 의원 5·18민주화운동 공청회 발언 관련 사퇴 촉구 시위'에 허 후보가 직접 단톡방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허 후보는 4·15총선을 1개월여 앞둔 지난 3월5일 오후 5시25분 '김진태 의원의 선거구 획정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문'이라며 장문의 글을 단톡방에 게재했다. 그러자 당원들은 김 후보를 향해 "지놈 이익을 위해서라면 지역구도 버리는 놈이니 일제시대엔 나라도 팔아먹을 놈, 그러니까 미래통닭당이지 바짝 튀겨서 강아지 밥이나 주고 싶네" "춘천 팔아서 국회의원 되려 하는 김진태" "춘천의 신천지 같은 개진태" "국민들이 김진태와 신천지를 연관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허 후보는 지난해 12월15일 4·15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2020년 1월1일부터 4월3일까지 이 단톡방에 10차례에 걸쳐 글 또는 사진을 올렸다. 총선 출마선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단톡방에 글을 올린 것이다. 4월3일은 공식선거운동 개시 이틀째 되는 날이다. 

    허 후보의 선거 캠프 윤모 상황실장이 글을 올리는 빈도도 잦아졌다. 윤 실장은 지난 3월16일 오후 1시18분 "미리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우선 톡에서 인사드립니다"라며 단톡방 소속 당원들에게 '여론조사에서 휴대폰 번호 추출 방식'을 안내했다. 

    윤 실장이 안내한 글에는 "이번 경선 여론조사는 1. 춘천 시민 연령 구분 없이 휴대폰을 안심번호로 무작위 추출하는 방식과 2. 춘천 시민 연령대별로 휴대폰 번호를 추출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1'의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중앙당 실무진의 실수로 '2'의 방식으로 추출이 진행됐다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윤 실장은 그러면서 "허 후보의 최종 승리를 위해 김진태보다 한 걸음 더 내딛겠습니다"라고 썼다.

    허영 캠프 상황실장, 상대후보 동선 파악도 지시

    특히 윤 실장은 단톡방 회원들에게 허 후보의 상대 후보에 대한 구체적 동선 파악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실장은 3월30일 오후 12시3분 단톡방에 공지를 띄워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당의 여러 선배님들께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더니 '1. 상대 후보 유세 일정 및 동선 파악, 채증(증거수집) 2. 가짜 뉴스 대응 및 구전 홍보 3. 유튜브·기사 선플 달기' 등을 단톡방 회원들에게 부탁했다. 허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 상대 후보의 동향 파악과 문제가 될 만한 활동의 증거 수집을 직접 권유한 것으로 해석돼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윤 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2시16분에 곧바로 "오늘 CBS 녹음이 있었습니다. 기사가 올라왔네요. 많은 분의 응원 댓글이 필요합니다. 자, 해당 링크 들어가셔서... 응원 댓글이요^^ 선플러 출동~~~"이라는 글을 남기며 허 후보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달라고 단톡방 회원들을 독려했다.

    앞서 이 단톡방에서 허 후보의 경쟁 상대인 김진태 통합당 후보의 낙선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진저팀' 결성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단톡방 회원들은 친북성향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연대해 김 후보의 낙선운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통합당은 9일 이런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합당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

    통합당 고위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허영 민주당 춘천갑 후보가 가입한 지역당원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진저팀'을 만들고, '대진연과 연대하자'는 대화를 나눈 것과 관련해 검찰에 곧 수사의뢰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허 후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휴대전화로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다. 다만, 허 후보 측은 이날 오전 본지 보도와 관련, 성명을 내고 "허영 후보의 김진태 후보 선거방해 행위 의혹은 허위"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