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넒은 인천공항에서 왜 잠실로 오나"… '진료소 설치 철회' 국민청원 3건에 5000여 명 동의
  • ▲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운동장에 해외 입국자들을 위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운동장에 해외 입국자들을 위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에 해외 입국자들을 위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송파구을에 출마한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도 "왜 하필 잠실이냐"고 따져 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잠실운동장 선별진료소 설치를 철회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랐다.

    박 시장은 2일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해외 입국자들이 많아 더욱 과감하고 선제적이고 전면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잠실종합운동장에 해외 입국자 전용 '워크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3일부터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3일부터 입국하는 서울 거주자는 공항에서 발열 검사를 거쳐 유증상자는 인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무증상자는 잠실종합운동장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게 된다.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는 하루 1000명의 진단검사가 가능하다.

    박원순 "잠실운동장에 해외 입국자 전용 진료소"… 주민들 "제정신인가"

    문제는 박 시장의 조치에 송파구민들의 감염 위험에 따른 불안감과 불안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시에 따르면, 2일 오후 6시 기준 서울 전체 확진자 511명 중 169명(33.1%)이 해외 입국 관련 사례로 파악됐다.

    잠실본동에 사는 최모(45) 씨는 "인천공항에 주차장 같은 빈 공간도 많을 텐데 왜 굳이 잠실까지 데려오느냐"며 "지역주민이라서가 아니라 잠실까지 데려와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입국자들을 잠실까지 데려오는 교통비는 물론 버스 기사들까지 감염될 위험요소를 끌어안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가 호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락동에 거주하는 박모(35·여) 씨도 "무증상자가 추후 확진받는 경우도 많은데,잠실에서 진료받은 후 식당이나 지하철·택시 등을 이용하며 전파시킬 경우에 대비한 대책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송파동에 사는 신모(34·여) 씨는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에는 초·중·고교는 물론 유치원도 많은데, 무증상자가 잠실 일대를 돌아다니다 행여 아이들에게라도 옮길까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풍납동의 박모(41·여) 씨도 "잠실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인 데다 무증상자가 개별귀가하며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 기간 동안 2차감염에 대비한 대책도 없으면서 어쩌자는 거냐"고 비난했다.
  • ▲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잠실 종합운동장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설치를 철회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랐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잠실 종합운동장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설치를 철회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랐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이 지역구(송파구을)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도 일제히 박 시장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후보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우한코로나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지만 인천공항에서 잠실운동장이 옆집도 아니고 이런 전시행정을 벌이느냐"며 "제정신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 후보는 "(잠실 워킹스루 진료소 설치를) 당장 철회하라"며 "졸지에 집에 갇혀 살다시피 하면서도 잘 대처해주는 국민 분통 터지게 하지 마시라"고 힐난했다.

    배 후보는 박 시장의 '전시행정'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검사만 하면 할 일을 다 한 건가"라며 "검사 이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배 후보는 "많은 분이 서울시 속보가 뜬 뒤 걱정 가득한 문의를 주셨다"며 "박 시장은 검사 이후에 대비한 대책까지 내놓고 운영해야 전시행정 소리 안 듣는다"고 비판했다.

    '송파 출마' 여야 후보 반발… '진료소 철회' 국민청원 올라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페이스북에 '잠실 워킹스루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후보는 "인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은 입국자 중 무증상자들을 한 번 더 검사하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한다"면서도 "종합운동장에서 일괄검사하고 개별귀가시키는 방법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자치구에서 검사받게 하고, 귀가까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잠실운동장 워킹스루 진료소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료소 설치를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3건이나 올라왔다.

    '잠실종합운동장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굳이 넓은 공항 근처를 두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아파트와 주거밀집지역에 설치하는 건 잠실·송파·강남, 나아가 서울시와 수도권에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며 "굳이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뚜렷하고 설득력 있는 답변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이 글에는 3일 오후 2시30분 기준 4569명이 동의했다.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의 종합운동장에 해외 입국자 전용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설치를 강력 반대합니다'라는 글은 281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드라이브스루도 모자라 워크스루를 종합운동장에 설치한다는 날벼락 같은 뉴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무증상 확진자들이 검사받고 바로 집에 갈지 인근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그 전파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예측이나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잠실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철회 요청' 청원글도 168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