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로나-19 사태, 사회적 거리 두기" 주장… 법조계 "피의자 혐의내용 노출 꺼리나" 지적
  • ▲ 법원. ⓒ박성원 기자
    ▲ 법원. ⓒ박성원 기자
    울산시장선거 개입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사건 등 주요 재판이 미뤄지면서 오는 4월 국회의원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소속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은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이라는 주장이지만, 우한코로나를 핑계로 정부여당에 불리한 재판들만 총선 이후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4월23일로 지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29일 법원에 접수됐지만 법원의 기일 지정이 늦어지면서 접수 이후 86일 만에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 인사, 울산지방경찰청 등이 핵심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게 사건의 요지다. 

    선거개입·김경수·조국 재판, 모두 '4·15총선' 이후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 중에는 오는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포함됐다. 황 전 청장과 한 전 수석은 각각 대전 중구와 전북 익산에 공천받았다. 사건 연루자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도 민주당 울산 중구 후보로 나온다. 이들은 정부·여당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는 예민한 사건의 피고인이지만, 재판이 총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불법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변론 재개 이후 두 번째 공판도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 김 지사 사건은 지난 1월 재판부가 항소심 선고 직전 공모관계 성립 여부에 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지난 24일부터 변론이 재개됐다. 

    첫 기일에서 재판부는 증인신문계획 등 향후 재판일정을 논의했다.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되는 두 번째 기일은 총선 이후인 4월27일로 지정했다. 김 지사의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우한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만큼 법원에서도 기일 지정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취지다. 

    가족 비위와 유재수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도 총선 이후인 4월17일로 예정됐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도 두 번째 기일을 늦춘 이유로 우한코로나를 들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불필요하게 만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첫 재판은 지난 20일 열렸다. 첫 공판기일인 만큼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해당 기일에서 향후 재판 일정을 논의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공소사실과 관련해 법정 구두진술을 하려 하자 재판부는 "정식 공판기일에 하라"고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조 전 장관의 혐의사실이 공개된 법정에서 논의되는 것도 총선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코로나 때문이라지만… 혐의 내용 노출 꺼렸나

    일각에서는 법원이 총선을 앞두고 우한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주요 재판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인 만큼 여권인사들이 개입한 사건의 혐의사실이 재판에서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이나 김 지사와 조 전 장관 사건의 경우 혐의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되고, 그것이 언론에 보도되면 투표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 법조인은 "조국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선거 개입이나 김 지사 사건의 경우 사회적으로 워낙 중요한 사건들이다 보니 더욱 빠르게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맞다"면서 "총선에서 불리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고 사건들을 무마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