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4+1' 결성, 연비제 통과된 뒤 버려져… '지지율 1.4%' 민생당은 비례 0석 될 듯
  • ▲ 더불어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현 민생당)·민주평화당(현 민생당)·대안신당(현 민생당)의 2020년 예산안 담당 당직자들이 지난 2019년 4+1 회동을 갖는 모습.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현 민생당)·민주평화당(현 민생당)·대안신당(현 민생당)의 2020년 예산안 담당 당직자들이 지난 2019년 4+1 회동을 갖는 모습. ⓒ이종현 기자
    비례 전문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창당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법안을 주도한 정의당과 민생당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창당과 열린민주당 창당으로 당초 정의당과 민생당이 기대했던 의석 확보가 요원해진 것이다. 정의당과 민생당 내부에서는 결국 "친문인사들의 국회 입성에 들러리를 선 것"이라는 자책의 목소리가 나온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p)한 결과 정의당은 지지율 3.7%를 기록했다. 2018년 4월 이후 최저다. 안철수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4.0%)에도 밀렸다. 

    정의당의 현재 지지율을 총선에 그대로 대입하면 얻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은 3석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4석의 비례대표를 얻었다. 보수 야당의 강력한 비판을 받으며 민주당과 '4+1 협의체'를 구성해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법, 2020년 예산안을 밀어붙였던 정의당의 비례의석이 오히려 줄게 된 셈이다.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 대표와 여영국 의원도 지역구에 범여권 후보들이 출마하면서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다. 

    공수처법·예산안 통과 주도한 정의·민생당 '암울'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행태에 화가 나지만, 그들과 또 함께하며 정의당의 이름을 더럽힐 수는 없다"며 "미래통합당이야 선거법 개정을 반대해 그 명분으로 그런다 쳐도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진보진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들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 손혜원 무소속 의원,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17호에서 '열린민주당 창당'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손혜원 무소속 의원,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17호에서 '열린민주당 창당'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민생당은 더욱 처참하다. 원내 21석을 보유한 민생당은 같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1.4%의 지지율을 보였다. 홍문종 의원의 독자정당인 친박신당(2.1%)에도 뒤지고, 자유공화당(현 우리공화당)과는 동률이다. 현재 지지율로는 비례대표를 1석도 건지지 못한다. 민생당도 정의당·더불어민주당과 함께 '4+1협의체'에서 활동했다.

    민생당은 민주당에 반발해 지속적으로 독자노선을 고수하는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 민생당은 비례연합정당을 줄곧 비판하면서도 막판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려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계와 민주평화·대안신당계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생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런 상황을 자책했다. 이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말을 믿은 것도 실수지만, 당이 이제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현실에 놓여 마음이 무겁다"며 "중도정당으로 당을 존속시키려 했지만 결론적으로 강성 친문세력의 입성만 돕게 된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김의겸·황희석 공천… 손혜원 "12~15석 자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민생당이 주도한 선거법의 열매는 결국 민주당의 '자매 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이 수확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에서 분파한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은 친문·친조국 인사들을 비례대표 당선권에 올리며 총선을 준비한다. 열린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최소 7번까지를 비례대표 당선권으로 분류한다. 

    열린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2번, 흑석동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민주당에서 낙마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4번에 배치했다. 여기에 조국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을 8번에 배치했다.

    손혜원 열린민주당 의원은 '최소 12명 당선'을 자신했다. 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이 아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보수적으로 잡아도 (비례대표 공천자 20명 중) 절반은 당선시킬 자신이 있다"며 "20명이 전원 당선돼 원내교섭단체로 출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열린민주당 상승세에 민주당 당황… 통합당 "배신에는 대가 따른다"

    손 의원의 주장대로 열린민주당의 상승세는 무섭다. 뉴스1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투표 시 어떤 정당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열린민주당은 6.5%의 지지를 얻었다. 창당한 지 16일 만에 비례대표 6석을 확보할 지지율을 갖춘 정당이 된 것이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의 선전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당초 17석을 현실적 목표로 창당한 더불어시민당이 열린민주당의 등장으로 의석을 잃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강훈식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분들이 만든 정당으로 복당 및 연대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도 "대단히 부적절한 창당과 공천 절차"라며 "도덕성을 중시하는 우리 당의 시스템 공천에 대한 도전"이라며 열린민주당을 폄하했다.

    임윤선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24일 "토사구팽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야기"라며 "민주당이 선거가 임박하니 '비난은 잠시'라며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뛰어들었고, 정의당·민생당 등이 공수처법과 예산안 처리에 협조한 대가는 배신이었다"고 지적했다. 임 대변인은 그러면서 "배신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명분도 잃고 신의도 잃었다. 이미 철저한 패배자"라고 질타했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