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가해자들 신상 공개' 요구 100만명 넘어… 법조계 일각 "죄질 악해 공개 가능할 수도"
  • ▲ '텔레그램 n번방' 핵심 용의자인 조모씨. ⓒ뉴시스
    ▲ '텔레그램 n번방' 핵심 용의자인 조모씨. ⓒ뉴시스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성노리개로 착취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피해자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의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는 물론, n번방에서 동영상을 본 이들의 신상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0분 기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제목의 청원글에 17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글은 지난 18일 올라왔다. 글에는 '용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게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청원 동의가 있으면 공식 답변해야 한다.

    조씨뿐 아니라 동영상을 함께 본 이들의 신상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이 같은 내용의 청원글에도 22일 오전 11시 10분 기준 10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씨, 방 입장한 남성들 신상 공개하라"


    청원자는 "n번방 수사가 진행되고 일부 용의자가 검거돼 다행"이라면서도 "이 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재발할 것이다, 그 방에 가입된 26만의 구매자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텔레그램 방에 있던 가입자 전원이 성범죄자"라며 26만명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텔레그램 n번방'은 한 일간지 기획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텔레그램 1~8번방 등 8개의 채팅방에서 미성년자 등 여성 수십여명의 성착취물 영상이 공유됐다. 조씨는 유료 대화방을 1단계 20~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 등 3단계로 운영했다고 한다. 20대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의 피해 규모가 다른 방보다 더 크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앞서 16일 조씨를 체포했다. 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경찰은 그동안 조씨의 공범 13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넘겼다. 나머지 9명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다음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어 조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상공개위는 경찰 내부 위원 3명, 외부 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외부 위원은 변호사, 정신과 의사, 교수 등이다.

    신상공개, 성폭력법·특정강력범죄법 근거 조항… 성폭력 피의자 신상 공개 사례 없어

    신상공개 관련 법 조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법) 25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8조의2 등이다.

    성폭력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을 위해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정강력범죄법에도 역시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 알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등을 위해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동안 성폭력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사례는 없었다. 조씨의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첫 사례가 된다. 조씨의 신상 공개 가능성을 예견하는 법조계 목소리도 있다. 성범죄도 강력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데다, 이번 사건이 잔혹하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n번방 사건의 경우에는 성착취로 볼만큼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자도 다수였고, 전파성이 매우 큰 것이.특징인 만큼 신상정보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인다"며 "게다가 국민 청원이 단기간에 100만명을 돌파한 만큼 국민적 공분과 지탄의 대상으로, 결과적으로 신상공개가 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사'는 물론이고 회원 가입한 사람들의 명단도 공개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사실상 공범인 데다, 회원가입을 위해 아동 포르노까지 보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별도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전 남편 살해범' 고유정, '한강 몸통 시신 살인범' 장대호, '강서구 PC방 살인범' 김성수, '진주 방화·살인범' 안인득 등 36명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