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받아도 10곳 중 7곳은 사용불가…여명 "시정에는 관심 없어"선불카드-지역상품권 형태로 3300억 생활비 지원… 상품권 받으려면 제로페이 앱 깔아야
  • ▲ 박원순 서울시장이 3300억 가량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은근슬쩍 ‘제로페이’를 끼워 넣어 치적 쌓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3300억 가량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은근슬쩍 ‘제로페이’를 끼워 넣어 치적 쌓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3300억원가량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면서 은근슬쩍 ‘제로페이’를 끼워 넣어 치적 쌓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시장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우한코로나(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을 열고 우한코로나로 타격받은 시민들에게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서울시 거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추경예산안 등으로 별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다. 이에 해당하는 가구는 총 117만7000 가구에 이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받게 되는 가구는 저소득층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건설직 일일근로자 등 약 300만 명의 시민이다. 서울 시민의 30%가량을 지원하는 셈이다.

    가구원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가구는 40만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가구별로 한 달 수입이 각각 175만원, 299만원, 387만원, 474만원, 562만원 이하인 경우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신청은 각 동 주민센터를 통해 오는 30일부터 받는다. 온라인을 통한 신청자 소득조회가 끝나면 3~4일 내에 지급한다.

    재난관리기금 부족, 2000억 추경한다

    이번 생활비 지원에 투입되는 예산은 3271억원이다. 시는 우선 '재난관리기금'을 통해 소요예산을 충당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적립된 기금보다 소요예산이 훨씬 많아 추경이 불가피하다.

    본지와 통화한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쌓여 있는 재난관리기금은 2800억원이다. 이 중에서 1271억원을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추경예산을 통해 확보할 것"이라며 "다음주 시의회를 열어 2000억원을 더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제로페이 누적 사용액, 지난해 0.1% 미만

    추경을 통해 충당된 지원금은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 중 지원 대상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한다. 지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서울에서만 사용 가능한 '서울사랑상품권'이다.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을 경우 10% 추가 지급 혜택을 준다. 

    또 서울사랑상품권은 종이가 아닌 모바일 형태로 발행한다. 문자로 핀 번호를 전송받은 후 제로페이 앱을 설치하면 된다. 이후 핀 번호를 입력하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원순이 민생지원을 핑계로 제로페이 치적 쌓기에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는 매년 제로페이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지만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가적 사태 와중에 제로페이를 홍보하고 추가 지급 혜택까지 줘가면서 이용률을 늘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의 누적 결제액은 지난 2월까지 1003억5484만원이다. 이는 2019년 카드 결제 승인금액 856조6000억원의 0.0117%에 불과하다. 여명 서울시의원 측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9년과 2020년 제로페이에 투자한 예산만 112억원에 이른다. 112억원을 투자하고도 0.1%에도 못 미치는 사용률을 보인 셈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을 발행받아도 마땅히 쓸 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서울 시내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은 약 52만 곳이다. 이 가운데 제로페이에 가맹한 점포는 약 17만 곳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하다. 기껏 상품권 생활비를 지원받아도 10곳 중 7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여 시의원은 "국가적 재난사태에서 긴급하게 지원하는 지역화폐를 제로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건 사실상 제로페이를 구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제로페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정에는 관심 없고 어떻게든 제로페이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만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