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동계 불러놓고 "코로나 대규모 대응"… '재정 건전성 우려' 홍남기 투명인간 취급
  •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에 착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에 착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대응에 직접 나서며 연일 과감한 예산 투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예산 투입에 신중함을 보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존재감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미증유의 경제위기"라고 진단한 데 이어 18일 기업과 노동계, 가계까지 모든 경제주체와 원탁회의를 개최했고, 19일에는 비상경제회의 첫 회의를 주재한다. 대통령이 위기상황을 직접 돌파하겠다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제사령탑' 직책을 가진 홍 부총리가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경제원탁회의에서 "앞으로 경제 중대본 역할을 할 비상경제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여 비상경제상황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하여 총 3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원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경제의 핵심주체들께서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위기극복의 주역이 되어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리겠다"며 "신속한 집행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이 적시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文, 홍남기경제팀 '재정 신중론'에 불만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 외에도 홍 부총리 등 현 경제팀에만 맡겨둬서는 더이상 안 되겠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회의에서 "여러분 생각보다 현 상황을 훨씬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경제팀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정부의 예산 투입에 신중함을 유지했다. 그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추경은 재정 건전성과 여력도 모두 다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해나갈 것"이라며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오직 국민과 국가경제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굳은 심지로 나아갈 것임을 다짐해본다"고 말했다.

    이번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8%에서 41.2%로 1.4%p 올랐다. 적자국채 발행이 원인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오르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외국자본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홍 부총리는 이러한 점을 유념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여권인사들이 불을 지피는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1인당 50만~100만원 씩 주게 되면 25조~50조원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며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저로서는 굉장히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말했다.

    친문에 '외톨이'된 홍남기… 고용평가도 홀로 객관적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 성적과 관련해서도 객관적 시각을 유지한 인물이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이 나왔을 때,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여권 인사들은 "2월 취업자는 49.2만 명 증가하며 7개월 연속 30만 명 이상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긍정적 면만을 자찬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3대 고용지표가 모두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40대 고용 부진이 여전하고, 인구요인 등의 영향으로 청년 취업자가 감소 전환하였으며, 일부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이 감지됐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신중한 모습은 예산 투입 강경론을 펴는 여권 친문인사들의 반발을 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공개 석상에서 '해임안'을 거론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홍 부총리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혀 당·정 간 '불협화음'이 생기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음날 회의에 동석한 홍 부총리를 향해 "지금까지도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달랬지만, 이후 경제사령탑 전권을 맡기지 않고 역할을 대신하고 나선 모습이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경제원탁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취약계층 생계 보장과 내수 진작을 위해  '재난생계소득'을 빠르게 결정, 시행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이 관계자는 민노총 대표로 참석한 김명환 위원장이 회의에서 실제로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경제원탁회의에는 경영계와 중소·중견기업, 수출부문을 대표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권한대행은 벤처·소상공인 대표로 참석했다. 금융계에서는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참석했다.

    노동계에서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했고, 가계를 대표해서는 주경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이 초청됐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이 각각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