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월29일 사건 접수… 3월17일까지 공판준비기일 안 잡혀… "靑 선거 개입 공개 부담되나"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재판 일정이 법원에 접수된 지 50여 일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아 논란이다. 법원 측은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기일 지정이 늦어졌다"는 해명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고의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에 개입한 의혹이 있는 여권 핵심인사들이 이번 총선에 출마한 상황에서, 재판 공개에 따르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은 1월29일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부장판사 김미리)에 접수됐다.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 인사, 울산지방경찰청 등이 핵심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표적수사를 벌였다는 게 이 사건의 요지다.

    재판 일정 50일간 감감 무소식… 법원 "코로나 때문" 

    정부·여당의 선거 개입이라는 예민한 문제임에도 이 사건은 중앙지법에 접수된 후 이날까지 49일이 지나도록 아직 공판준비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기일 지정은 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후 한 달 내에 이뤄진다. 특히 선거 관련 사건의 경우 주요 사건으로 분류돼 법원 행정절차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이에 따라 법원이 다음주로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기일을 지정한다고 해도, 오는 4·15국회의원총선거 이전까지는 준비기일조차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건과 그의 동생 조권 씨 등 굵직한 사건의 심리도 함께 맡았다. 기일이 지정된다고 해도 주 1회 재판조차 어려울 수 있다.

    법원은 우한코로나 사태로 구속재판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불구속 사건인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기일 지정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은 선거사건이지만 피고인들이 불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기일 지정이 늦어졌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구속사건 위주로 진행된 탓도 있는데, 조만간 기일이 잡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원의 해명에도 50일이 지나도록 기일조차 잡지 않은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한 고위 법조인은 "일반적으로는 한 달, 늦어도 한 달 보름 안에는 기일 지정 정도는 이뤄진다"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 개입이라는 중대한 사건에 대한 재판 일정이 늦춰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는 사건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은 이례적으로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내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 선거 개입 공개 꺼리는 '보이지 않는 손' 작용?"

    법무부는 2월4일 "공소장 전문이 공개될 경우 피의사실공표 가능성이 있다"며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무부가 특정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피고인들이 오는 4월 총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점도 법원이 재판을 미루는 이유라고 일각에선 본다. 실제로 피고인인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각각 대전 중구와 전북 익산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았다. 사건 연루자인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도 민주당 울산 중구 후보로 확정됐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공판 절차가 시작되면 이들은 직접 법정에 나와 재판받아야 한다.

    총선을 앞둔 만큼 이들의 혐의사실이 법정 내에서 공개된다면 투표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여당의 깊숙한 개입 사실이 검찰의 수사에 포착된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헌 한변 부회장은 "예민하고 중차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늦춰져서는 안 된다"며 "재판외적 요인이 없었으면 하는데 많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대로 총선에 들어가 민주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검찰도 공소유지가 힘에 부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