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팬데믹 선언에도 '낙관론'…구로콜센터 집단감염 등 '초비상시국'에 셀프 칭찬
  •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방역당국이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등 수도권 집단감염이 현실화해 초비상인 상황에서 또 다시 자화자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페이스북에 "방역당국과 의료진, 그리고 누구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너무나 잘해주고 계신다"며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모두들 지치지 말아야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희망의 힘"이라며 "코로나-19를 압도하는 희망 바이러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충북 청주의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서는 "세계가 인정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며 "특별입국절차로 전면 입국금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있는 모습들이 국민에게 든든하게 보인다"고 치하했다.

    여권인사들의 긍정론도 이어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정부가 자화자찬한다는 야당의 지적에 "한국에 환자가 많은 것은 월등한 진단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객관적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정부 잘못 대응 안 해…文 멋있다"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정부가 최소한 손을 놓거나 잘못 대응하지는 않는다"며 "지난해 강원도 산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진두지휘를 보며 '진짜 멋있다.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정부가 방역을 잘했다고 평가할 만한 수준의 상황이 아니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분당제생병원 감염자 중에서 치료받던 82세 남성이 숨져 수도권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는 102명으로 늘어났고, 이들의 대중교통 이용으로 다중감염 위기감이 커졌다. 대구지역 콜센터 확진자도 전날 8곳, 43명에서 13곳, 57명으로 늘었다.

    정부가 잘한? 결과→ 수도권 사망자 발생, 中 유학생 확진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명지대 어학연수생인 중국인유학생이 확진판정받았고, 충남 천안에서는 지난 9일 동안 승객 등 170여 명과 접촉한 50대 개인택시 운전사가 확진판정받아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대비 114명 늘어난 7869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모두 66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지난 1월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확진자로 시작된 1차 충격, 신천지 교인 집단감염으로 일어난 2차 충격 등과는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인식과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또 자화자찬, 우리 국민은 정신승리에 지쳤다"며 "잘하고 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장례도 못 치르는 유족들에게 사과 먼저 하라"고 꼬집었다.

    통합당 "정부, 여전히 안이한 인식과 우왕좌왕 대책 일관"

    이창수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안이한 인식과 우왕좌왕 대책으로 일관하는 것도 모자라 여전히 자화자찬하기에만 바쁘다"면서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고문'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확실하고 빈틈 없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림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대통령께서는 국민을 의식해서 표 좀 얻으시려는 그런 발언을 삼가시고 이 방송을 전염병 희생자 유가족이 듣고 계시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한다"며 "60여 분의 돌아가신 분, 288명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집에 돌아오신 퇴원자분들, 현재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7000여 환자 가족, 검사해놓고 기다리는 2만여 분들, 모두 대통령의 말씀에 어떻게 생각하실지 생각해봐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