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11일 재판부 교체 후 첫 재판서 보석 요청… 검찰 "범행 부인에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보석 안 돼"
  •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조국 일가'의 각종 비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는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8) 씨가 11일 재판부에 "몸이 좋지 않으니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씨는 보석허가 조건으로 '전자발찌를 차겠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반면 검찰은 "정씨가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는 데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다수 드러난 만큼 보석 허가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김선희·권성수)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해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했다.

    정씨 측 "방어권 행사 위해 보석 필요"… 검찰 "증거인멸·도주 우려"

    이날 재판은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교체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공판이다. 새로 구성된 형사25부는 3명의 부장판사가 교대로 재판장을 맡는 대등재판부로 운영된다. 정씨 재판을 담당하는 25-2부는 임정엽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는다. 정씨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나왔다.

    정씨는 이날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검찰의 공소사실이 10여 년 전 이야기라서 과거 기록을 살펴보고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정씨는 "제가 곧 60살이 된다. 몸도 안 좋고, 공소사실을 보면 제 기억과 다른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과거 자료를 자유롭게 보고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보석을 허락해줬으면 한다"고 청구했다. 이어 "보석이 허가된다면 전자발찌(위치추적기) 착용 등 모든 보석조건도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정씨 측 변호인도 "검찰은 100여 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이미 압도적으로 많은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만큼 필요적 보석제도나 불구속 재판 원칙을 고려해 보석이 허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의 보석 허가는 불가하다고 반박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고, 중형 선고가 예상되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정씨의 경우 수사 과정은 물론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는 데다, 정씨의 자산관리인이 교체해줬다는 하드디스크 역시 확보되지 못했다"며 "인적·물적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고 중형이 선고될 것이 예상돼 도주의 우려도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종합해 가급적 신속히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변호인, 조국 사건 병합 두고 '공방'

    검찰과 변호인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가 담당하게 된 조 전 장관 사건과 병합 여부와 관련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피고인 정경심과 조국·노환중은 순차적으로 기소된 것에 불과하다"며 "같은 혐의에 대한 공범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 관계를 보면 전체의 큰 덩어리 속에서 범행이 포괄적인 관계에 있다"며 "공범임에도 재판부가 다르다는 것은 소송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서라도 하나의 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병합 요청을 "부부를 한 법정에 세우는 것이 맞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부부를 한 법정에서 조사하는 게 맞는 것인지, 그걸 피하면서 재판할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정씨의 자녀들도 증인으로 나온다. 국가의 모든 권력작용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전임 재판장으로 '편파 진행' 논란이 일었던 송인권 부장판사와 관련한 간접적 언급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열린 정씨의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송 부장판사가 검찰의 의견서 구두진술을 거부하면서 일었던 논란과 관련해 새로 구성된 재판부의 견해를 밝힌 것이었다.

    재판부는 "의견서를 내고 그것을 법정에서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공판중심주의에 의해 의견서에 대한 논의가 법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중복진술과 사건과 관련 없는 진술은 중단할 수 있다"면서도 "양측의 이의신청이 보장돼 있고, 이의신청이 들어올 경우 재판부의 협의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