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 '이덴트' 성명 내고 마스크 생산 포기… "잦은 정부 지침 변경에 명분과 의욕 잃어"
  • ▲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 의무공급 비율을 높이는 '마스크 수급 대책' 때문에 마스크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가 나왔다. 사진은 마스크를 사기위해 늘어선 대기줄. ⓒ권창회 기자
    ▲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 의무공급 비율을 높이는 '마스크 수급 대책' 때문에 마스크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가 나왔다. 사진은 마스크를 사기위해 늘어선 대기줄. ⓒ권창회 기자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 의무공급 비율을 높이는 '마스크 수급대책'으로 인해 마스크 생산을 포기한 업체가 나왔다. 정부는 생산원가는 반으로 줄이면서도 생산량은 10배 늘리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이 업체는 주장했다.

    치과 전문 의료기기업체  '이덴트'는 5일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자부심을 갖고 생산해왔던 이덴트 마스크 생산이 중단되는 점을 알린다"며 마스크 생산 포기 방침을 밝혔다.

    마스크 수급대책 여파…제조업체가 생산 중단

    신선숙 이덴트 대표는 성명에서 "그동안 정부 시책에 따라 생산된 전량을 그 다음날 치과로 공급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조달청을 통해 제조업체 생산량 80%를 일괄매입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생산단가가 중국산과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에서는 생산원가 50%만 인정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또한 1일 생산량의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스크를 생산해야 하는 명분도, 의욕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며 생산 포기 이유를 밝혔다.
  • ▲ 지난 5일 '이덴트'가 게시한 마스크 제조 중단 사과문. ⓒ이덴트 홈페이지 캡쳐
    ▲ 지난 5일 '이덴트'가 게시한 마스크 제조 중단 사과문. ⓒ이덴트 홈페이지 캡쳐
    신 대표는 정부의 지침 변경이 마스크 생산 중단에 영향을 끼쳤다고도 말했다. 그는 "정부 시책에 따라 생산한 전량을 다음날 치과로 공급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마스크가 꼭 필요한 의료기관에 생산·판매하는 것조차 불법이라는 (정부의) 지침 변경으로 앞으로 공급이 불가하게 됐다"고 알렸다.

    정부, 의료기관 판매도 불법으로 지침 바꿔

    신 대표는 "이번 어려움에 정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덴트 전 직원의 의욕이 많이 저하된 상태로, 대표인 제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하고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의경 식약처장은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생산원가를 충분히 보상해준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아주 고가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치할지 개별기업과 조달청이 협상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생산원가를 두고 기업과 조달청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일정한 범위를 두고 (간극을) 조정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