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공무원 잘못으로 피해”…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 제출
  • ▲ 2017년 3월 10일 탄핵 반대 시위에서 희생 당한 고(故) 김모씨(70대)가 현장에서 이송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2017년 3월 10일 탄핵 반대 시위에서 희생 당한 고(故) 김모씨(70대)가 현장에서 이송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2017년 3월10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에서 사망한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난 2일 검찰에 고소했다.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과실로 당시 집회 참가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다.

    희생자 이모(70대)·김모(60대)·김모(50대) 씨의 유가족 6인은 이날 추 장관과 박 시장을 피고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추 장관은 대한민국 법률상 대표자로서, 박 시장은 서울시 대표자로서 각각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 과실의 책임주체라는 이유에서다. 총 청구금액은 4억7390여 만원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 1항 근거 “추미애-박원순, 손배 책임주체”

    당시 집회현장에서 사망한 3인의 사인은 현재까지 ‘심정지’로만 알려졌다. 이모 씨는 당일 오후 12시쯤 안국역 4번 출구에서 시위대와 이를 막아서는 경찰 사이에서 압박받아 쓰러졌다. 이후 12시39분쯤 서울백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다음날 오전 6시39분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였다.

    또 자유공화당(당시 대한애국당)이 2018년 10월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3·10 탄핵선고집회에 대한 구급활동 내역’에 따르면 60대 김모 씨와 50대 김모 씨는 각각 당일 오후 12시9분과 12시35분 안국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인파에 깔려 질식, 이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희생자 3인의 유가족들은 그동안 서울시를 향해 희생자들의 사망원인 및 책임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등 당국이 응하지 않아 결국 검찰에 소송까지 제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주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을 근거로 “피고 대한민국과 서울시는 각각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은 3명의 희생자 및 상속인들에게 배상책임이 있는 책임주체”라고 주장했다.

    “경찰, 이모 씨 위험상황 인지하고도 방관”

    대리인 측은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시위 및 행진 과정에서 과격화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국민의 인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런데 경찰은 안국역 2, 3번 출구 안의 좁은 공간에 수백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위대 선두에 있던 이모 씨가 수백 명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지속, 반복적으로 받는 상황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트지 않아 이러한 상황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리인 측은 “경찰이 이모 씨가 쓰러져 압사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알고도 방관했다”고 강조했다. “12시5분경 경찰이 설치한 차단막은 투명한 재질로 돼 있어 차단막 뒤에도 사람들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모습이 훤히 다 보였다. 경찰은 이 시점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신고했어야 하지만 신고접수는 12시16분경 이뤄졌고, 이마저도 경찰이 아닌 현장 시위대가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대리인 측은 “경찰은 11분 동안 쓰러지거나 의식을 잃은 사람이 있음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조금만 빨리 조치를 취했다면 사고가 발생 안 했을 것”이라고 경찰 측에 책임을 물었다.

    50대 김모 씨의 경우에도 “쓰러진 후 경찰 때문에 병원 이송시간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김모 씨가 쓰러진 2분 뒤인 12시37분 신고가 접수됐고, 구급요원이 12시40분쯤 사건 현장인 안국역 3번 출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찰이 통제하고 있어 3번 출구로 곧장 진입 못하고 1번 출구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대리인 측은 이어 “60대 김모 씨와 50대 김모 씨의 사망 경위와 경찰·소방공무원 등의 과실 입증을 위해서는 구급활동일지, 경찰 내사결과 등 자료가 필수적이나 담당기관들이 이러한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구급차 배치 차별… 어떤 의도 있었나”

    이들은 경찰당국뿐 아니라 소방당국의 대처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응급의료 대비 및 대응 조치 계획’ 및 ‘3·10 민중총궐기집회 관련 소방안전종합대책 추진계획 보고’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가 있던 당일 소방당국은 탄핵반대집회가 열린 안국역 일대에 구급차 3대를 배치했다. 반면 퇴진행동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에는 10대를 배치했다.

    당초 소방당국은 탄핵반대집회 규모를 4만~6만 명, 퇴진행동집회 규모를 1만5000명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구급차는 퇴진행동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에 더 많이 투입한 것이다. <관련기사: [단독]'3.10 탄핵반대 시위대 사망' 미필적 고의 의혹>

    이를 토대로 대리인 측은 “소방당국은 당일 운집인원을 약 8만 명으로 예상했음에도 13대의 구급차만 배치했다. 그나마 탄핵반대집회 인원이 퇴진행동집회 인원보다 약 4배 가까이 많았음에도 탄핵반대집회 일대 구급차 수가 광화문 주변 구급차 수와 비슷하거나 더 적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박원순) 및 피고 소속 소방대원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배치했는지 의심될 정도로 잘못됐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