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서 "정부 대응, 객관적‧과학적" 주장… 여권 인사도 "시원찮은 답변" 일침
  •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6회 제5차 본회의에서 외교 분야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6회 제5차 본회의에서 외교 분야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등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 대응’과 관련 ‘옳은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일관했다.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4335명(2일 오후 4시 기준)을 돌파한 상황에서도 자화자찬하고 나선 것이다. 후안무치한 국무위원들의 태도에 여권 인사들 가운데서도 불만스러운 기색이 나왔다. 

    이날 대정부질문에는 강 장관, 추 장관, 진 장관 등 정치‧통일‧외교‧안보 관련 국무위원들이 참석했다. 당초 정세균 국무총리도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대구 현지에서 코로나-19 사태 지휘에 집중하라”는 여야의 대승적 합의에 따라 불출석했다. 

    질의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 박지원 민생당 의원, 김부겸 민주당 의원, 권성동 통합당 의원, 이규희 민주당 의원, 백승주 통합당 의원 순으로 이뤄졌다. 

    이날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우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이었다. 야당은 그중에서도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 지연으로 인한 확진자 급증’을 놓고 맹공을 퍼부었다. 

    주호영 의원은 “코로나 잠복기는 14일 이상으로 알려졌고, 무증상 감염도 상당하다고 전해진다”며 “1월1일~2월27일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이 56만8578명인데 입국 시 검사한 게 체온 체크밖에 없다. 잠복기에 있거나 무증상자 입국은 막을 수 없다는 뜻”이라며 중국발 전면 입국금지를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중국인유학생이 인천공항 입국 시 무증상으로 통과됐으나 강릉에 도착해서는 양성판정받았다. 

    추미애 “한국 조치, 과학적‧객관적이었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은 긍정적 자평으로 일관했다. 우선 추 장관은 “한국의 그간 조치가 좋았다는 국제사회의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2월4일을 기해 후베이성 발급 여권에 대한 입국제한조치를 취하는 등 단계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런 단계적 조치들이 상당히 과학적‧객관적이었다는 대외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추 장관은 이후 의원들의 질문에도 연신 ‘과학적‧객관적’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신뢰받고 있다”고 답했다.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2위를 기록하고,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80곳을 넘어선 현 상황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급기야 주 의원은 “최고책임자인 법무장관의 인식이 이러하니 호미로 막을 것을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게 된 것 아니냐”며 호통치기도 했다.

    강경화, “중국발 입국금지,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국민의 불안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강 장관은 “후베이(湖北)성에 대해선 입국금지하고 있다”며 “중국으로부터 오는 모든 여행객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통해 관리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지금까지는 관리가 잘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은 76만2000여 명, 중국인 입국금지를 취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청원은 143만5000여 명을 넘어선 상황에도 ‘중국발 입국금지 문제와 관련한 정부 대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이다. 

    강 장관은 “만약 중국인 입국을 완전히 차단했다면 꼭 필요한 여행이 안 된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다른 나라에서 취하는 조치, 우리의 방역 역량,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특정 조치가 가진 장·단점까지 다 감안해 그 시점에서 가장 적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장관은 앞으로도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금으로선 실효성이 없다. 중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게도 부정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대응에 있어 여러 가지 의약품 등도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이 많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진 장관도 “방역과 검역에 모든 노력을 했는데 성공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국민께서 고통받고 있는 것에 대해 행안부장관으로서 사과드린다”면서도,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와 관련해서는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면 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다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지 않나. 그러나 여러 상황을 검토해 내린 결론으로 안다”고 말했다.

    ‘親與’ 박지원도 “‘중국이 먼저’라는 빌미 주지 말라”

    이에 여권에서도 국무위원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강 장관을 향해 ‘한중 양국이 2주간 서로 입국을 잠정중단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제안을 했던 김부겸 의원도 강 장관이 “어려울 것 같다”고 답하자, “강 장관의 답변만으로는 (국민이) 시원찮을 것 같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대응을 마련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지원 의원도 80여 개국의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를 거론하며 “그동안 정부가 중국 눈치를 너무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어떤 경우든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에서 ‘중국이 먼저’라는 빌미를 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