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거대전선사업 프로젝트에 중국업체 참여시켜… 행안부는 '남북 도로 구축사업' 확정
  • ▲ 한국전력이 중국 업체가 전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 한국전력이 중국 업체가 전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우한폐렴의 전국적으로 확산으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 공공기관이 예민한 사업들을 슬그머니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황망한 틈을 타 정부가 치졸한 방법을 쓴다"고 비판했다. 평상시라면 크게 논란이 일 만한 정부·공기업의 특정 사업 추진이 우한폐렴으로 묻히는 모양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행정안전부가 각각 중국과 북한에 이득을 줄 만한 사업을 진행한다. 한국전력은 비용절감을 위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는 중국업체들을 전력사업 입찰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행안부는 휴전선 근방에 '접경지역발전종합계획 2020년 사업계획'을 확정하며 21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문가 "코로나로 황망한 틈 타 정부가 치졸한 방법 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온 국민이 코로나로 황망한 가운데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틈을 타 정부가 스리슬쩍 예산을 집행하려 하는 것은 매우 치졸하고 발칙한 방법"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수습된 후 침착하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전이 중국업체들의 입찰 참여를 고려한다는 지적이 나온 시점은 2019년 3월이다. 당시 한전은 '완도-동제주#3 HVDC 해저 케이블 건설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이 설명회에 중국기업이 참여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되지 않아 원칙상 국내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한전은 기획재정부에 이에 관한 규정의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사실상 중국업체들에 문을 열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 ▲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옛 조선노동당사. 행정안전부는 이곳을 '근대 문화거리 테마공원'과 연계해 올해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뉴시스
    ▲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옛 조선노동당사. 행정안전부는 이곳을 '근대 문화거리 테마공원'과 연계해 올해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뉴시스
    한국전력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본 사업의 입찰 방법과 입찰 참가자격 등 계약방법은 현재 내부검토 단계"라며 "내부검토 과정에서 기재부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해 회신을 받은 적 있지만 입찰 참여에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한전의 계획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전에 회신했다"면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선업계는 울상이다. 한 대기업 전선업체 관계자는 27일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은 WTO와 GPA에 속하지 않아 우리는 중국 전력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며 "중국업체를 한국의 공공재인 전력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은 공룡 공기업이 국내 전선기업들을 죽이는 자해행위"라고 성토했다.

    시민단체 "전력안보 위협하는 꼼수 입찰 시도 강력 규탄"

    원자력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도 26일 성명을 내고 "전력안보를 위협하는 정부와 한전의 '꼼수' 국제입찰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막대한 적자를 안게 된 한전이 꼼수를 동원해 비용절감에 나섰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한전이 중국업체의 전력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사이 행안부는 북한 접경지역 개발에 2160억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지난 24일,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7개 부처 35개 사업 가운데 ▲남북교류협력 기반 조성 578억원 ▲생태·평화관광 활성화에 499억원 ▲생활 SOC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에 644억원 ▲균형발전 기반 구축에 439억원을 나누어 투입하기로 했다.

    남북협력 기반 조성사업에는 82억원이 투입되는 남북 교통망 구축을 위한 '영종-신도 평화도로' 등 11개 사업이 포함됐다. 이 중 북한 금강산댐과 남한 평화의 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백암산 남북 물길조망지구'와 철원군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당사 건물과 연계해 공원을 조성하는 '근대문화거리 테마공원'등 9개 사업이 올해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