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민주노총 19일 정부 상대 소송 제기… "장시간노동 사망자, 코로나보다 심각"
  •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행정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 행정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주52시간근무제 예외를 허용하는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허용 방침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행규칙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행정소송 제기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행규칙 시행 이후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곳 대부분이 '우한폐렴(코로나-19)'과 관련된 업체라는 점에서 사회적 재난에도 '잇속만 챙기는 행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근기법 시행규칙 취소소송 제기'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특별연장근로 시행 취소해달라"… 양대 노총, 정부 상대 소송 제기

    특별연장근로는 재해나 사회적 재난 같은 사정이 있을 때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전까지는 재해·재난 등에만 적용됐지만, 정부는 지난달 31일 일반적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해 단기간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양대 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행규칙 개정 조치는 법률에 의한 노동조건 규제라는 헌법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며 "법률의 위임 없이 시행규칙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산업·업종별로 업무량 급증 사유는 차고 넘치는데,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 단축은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며 "불규칙한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훼손하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재난·재해를 수습하기 위해 한정됐던 특별연장근로가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며 "'무한노동'과 '살인노동'을 정부가 인가해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정부가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해 노동시간 단축 취지와 효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장근로 신청업체 절반 이상 우한폐렴 관련

    하지만 양대 노총의 기자회견을 두고 사회적 재난으로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제 잇속'만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행규칙이 개정된 이후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곳의 절반 이상이 우한폐렴(코로나-19)과 관련된 업체라는 점 때문이다. 특별연장근로의 위법성을 공론화하려는 시기가 우한폐렴이라는 국가적 재난과 겹치면서 국민적 동의를 받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곳은 모두 139곳이다. 이 중 코로나-19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곳이 병원 등 의료기관 41곳, 마스크·손세정제 등 방역용품 제조업체 16곳이 포함됐다. 이 외에 중국 공장이 멈춰 국내 생산량이 급증한 제조업체 21곳 등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우한폐렴으로 전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특별연장근로 취소를 공론화하려는 게 제정신인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특별연장근로 신청업체 대부분이 우한폐렴 마스크 제조업체 같이 시급한 업체들인데,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국민보다 자기 이익만 쫓는 단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양대 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이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야근·잔업 등 장시간노동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라고 해명했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장시간노동의 여파로 하루 7명 꼴로 산재사고 사망자가 발생한다"며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