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대구교회 '슈퍼 전파지'로 전락… 의사협회 "지역사회 감염 본격화" 발 동동
  • ▲ 19일 국내 우한폐렴 확진환자가 20명 늘어난 가운데 이중 14명이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를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 19일 국내 우한폐렴 확진환자가 20명 늘어난 가운데 이중 14명이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를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우한폐렴 환자가 19일 하루에만 20명 추가됐다. 이로써 국내 확진환자는 모두 51명으로 증가했다. 이날 오전 기준 우한폐렴 환자는 전날보다 15명 늘어난 46명이었으나 반나절 만에 5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추가 환자 중 18명은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중 15명(신천지대구교회 14명, 한방병원 직원 1명)이 31번째 환자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이번 사례를 다수 환자가 발생하는 '슈퍼 전파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도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만큼 '슈퍼 전파자'라는 판단은 유보했다.

    추가 확진자 중 14명은 31번 환자와 같은 교회 신도

    신천지교회에서는 31번 환자를 포함해 확진자가 이틀 새 15명이 발생해 이 교회가 사실상 '슈퍼 전파지'가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그 교회(신천지대구교회)와 관련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슈퍼 전파 사건은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31번 환자가 집단감염의 실제 감염원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누가 감염원이었고 어떤 감염 경로를 통해 확산됐는지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오늘, 내일 조사를 좀 더 진행해야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했다. 그러면서도 "그 건물 내지는 그 장소에서 대규모의 노출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신천지교회 측은 이날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전국 모든 교회에서 당분간 모든 예배 및 모임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교회에서 31번 환자와 함께 예배에 참석한 사람이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추가 환자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31번 환자, 입원 중에도 외출해 교회·호텔 등 누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1번 환자는 지난 7일 오한증상이 발생했고 증상 발현 1일 전부터 격리 시점인 17일까지 입원 중에도 외출해 교회와 호텔 뷔페식당 등 다수가 모이는 장소를 방문했다.

    31번 환자는 6일 대구 동구에 있는 회사로 출근, 다음날인 7일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했다. 8일에는 오한과 인후통 등 증세가 나타났다. 병원 측은 우한폐렴 검사를 권했지만, 해외 방문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31번 환자는 9일 신천지대구교회를 찾아 2시간쯤 예배에 참석한 후 병원으로 돌아왔다. 10일부터 14일까지는 계속 병원에 머물렀다.

    15일에는 지인 결혼식 참석을 위해 대구 동구 퀸벨호텔을 찾아 점심식사를 한 뒤 병원으로 복귀했다. 16일 오전에는 신천지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병원으로 돌아갔고, 17일에는 수성구보건소로 이동 후 대구의료원에 격리 이송됐다.

    31번 환자 접촉자는 현재까지 166명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그가 입원했던 새로난한방병원에서만 접촉한 이들이 128명(의료진·직원 49명, 재원환자 32명, 퇴원환자 37명, 보호자 등 10명)이다. 병원 검진센터 직원인 40세 여성은 이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접촉자를 대상으로 병원격리, 자가격리 등을 조치하고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 ▲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부산 병원 2곳은 우한폐렴 의심환자가 방문해 응급실을 폐쇄했다. ⓒ뉴시스
    ▲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부산 병원 2곳은 우한폐렴 의심환자가 방문해 응급실을 폐쇄했다. ⓒ뉴시스
    의료계 "지역사회 감염 본격화… 의심환자 추적 불가능"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슈퍼 전파자가 나오느냐보다 우려했던 대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일로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심되는 환자를 통제 및 감시하에 놓을 수 있다는 게 1차 방역인데, 그걸 벗어나는 경우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한 건 사실로 보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31번 환자의 경우 교회 예배를 드리면서 장시간 같이 있었고, 대구‧경북 등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어 상당히 심각하다 볼 수 있다"며 "판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고, 기존에는 환자를 안 만드는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환자는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고도 우려했다.

    김 이사는 "기존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심환자를 추적해서 보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졌고 쉽게 말해  기침·가래·발열 같은 증상만 있어도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어린이 환자도 발생… 부산선 의심환자 방문으로 병원 응급실 폐쇄

    한편 19일에는 어린이 확진자도 처음 발생했다. 20번 환자(42·여·한국)의 11세 딸이다.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 증상이 확인돼 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았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치료 중이다. 20번 환자는 형부인 15번 환자(43·남·한국인)와 함께 식사한 뒤 감염됐다.

    서울 성동구에서도 환자 1명(77세·남·한국)이 추가 확인돼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치료 중이다. 이 환자 역시 29, 30, 31번 환자와 마찬가지로 해외여행력이나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고열로 한양대병원을 방문, 외래진료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폐렴이 확인됐다. 이후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결과 19일 양성판정을 받았다.

    부산에선 해운대백병원과 개금백병원에 우한폐렴 의심환자가 방문해 응급실이 폐쇄됐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부산시 부산진구 개금백병원 응급실에 폐질환을 앓던 70대 남성이 도착했다. 문진 결과 감염이 의심돼 병원 측은 응급실을 폐쇄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50분쯤에는 해운대백병원에 폐렴증세를 보이는 40대 여성이 방문했다. 의료진은 이 환자의 엑스레이 검사 결과 우한폐렴 감염 가능성을 의심, 검체를 채취해 부산보건환경연구원으로 옮기고 응급실을 폐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