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 변호사, 이동욱 전 기자에 '부적합' 결정… 천영식 KBS 전 이사 "방통위 해체하라"
  • ▲ 이동욱(좌) 전 월간조선 기자와 이헌 변호사. ⓒ뉴데일리
    ▲ 이동욱(좌) 전 월간조선 기자와 이헌 변호사. ⓒ뉴데일리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KBS 보궐이사 후보들과 관련, 연거푸 '부적합'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6일과 10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한국당이 야당 몫으로 요청한 인사들의 이사 추천 여부를 검토했으나 이들의 과거 활동을 문제 삼아 부결했다.

    KBS 이사는 총 11명으로,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관례적으로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했다. 방통위가 야당 측 추천 인사의 이사 선임 건을 부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이 추천한 이헌(59) 변호사와 이동욱(61) 전 월간조선 기자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으로 있을 당시 특조위 활동을 비판하고 ▲검찰의 5·18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왜곡됐다고 주장한 과거 이력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방통위가 야권 추천 인사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권력방송 견제'라는 KBS 이사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KBS 내부에서도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까지 여권의 일방적 독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야당 추천 KBS 이사 거부하는 방통위, 즉각 해체해야"


    지난 1월 총선 출마를 이유로 KBS 이사직을 내려놓은 천영식 전 이사는 11일 '야당 추천 KBS 이사 거부하는 방통위 해체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의 권력방송을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사를 방통위가 막아선다면, 그런 조직은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당장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전 이사는 "이헌 변호사는 KBS 이사를 그만둔 저의 후임 인사"라며 "정당하게 한국당 추천을 받은 인사가 방송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아닌, 정치적·권력적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배척당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반헌법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어 "여야 추천을 받아 KBS 이사를 임명하는 관행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 여야 합의로 제도화된 것"이라며 "이제와서 방통위가 야권 추천 인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언론마저 '관제언론'으로 몰아가려는 반민주적 야만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야당 추천 이사마저 권력의 입맛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면 공정언론의 미래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독재정권처럼 언론을 좌지우지하려한다면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안함 폄하·모욕은 해도 되고, '세월호-5·18'은 안 되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같은 날 '판사·검사도 갈아치우더니 야권 몫 KBS 이사까지 발목잡나'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방통위가 5일 전에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문제 삼아 이헌 변호사를 부결하더니 어제는 5·18 발언을 트집잡아 이동욱 전 기자를 반대했다고 한다"며 "이 정권의 인사원칙은 '입맛대로'인가 보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방통위가 막무가내로 야권 추천 위원을 몰아세우고, 모든 것을 숫자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무늬만 '합의제 기구'인가? 대화와 존중마저 사라진 방통위는 조폭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법상 KBS 이사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는 총 6가지인데, 여기에 세월호나 5·18은 없다"며 "방통위가 법적 하자도 없는 이 전 기자를 왜 반대하나? 이게 바로 월권이고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통위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출신(조용환 변호사)은 왜 여권 추천 KBS 이사로 앉혔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그는 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이 누구의 소행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소행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낙마했는데, 천안함 폄하·모욕은 해도 되고, 세월호나 5·18을 문제 삼으면 KBS 이사가 될 수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언제부터 '세월호-5.18'이 KBS 이사 선임 기준 됐나?"


    KBS 공영노동조합(이하 공영노조)은 지난 7일과 11일 두 차례 성명을 통해 방통위가 한국당 추천 KBS 이사를 반대하고 나선 것을 비판했다.

    공영노조는 "방통위가 이헌 변호사에 대한 KBS 이사 보궐선임안을 부결시킨 이유가 세월호 특조위원 당시 조사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라는데, 세월호 조사활동에서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그게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냐"며 "이는 좌파단체와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주장과 같다는 점에서 대단히 정파적인 결정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통위가 이동욱 전 기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5·18 관련 그의 기사와 발언 등으로, 이른바 5·18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인데, 언제부터 세월호와 5·18에 대한 평가가 KBS 이사 선임 기준이 돼버렸냐"며 대체 누가 그런 기준을 마련한 것인지를 따져물었다.

    공영노조는 "대한민국 건국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시장경제·법치 등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검증은 쏙 빠지고, 특정사건에 대한 견해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 것이냐"며 "게다가 야당 추천 몫인 KBS 이사를 이런 잣대를 들어 언론노조가 공격하면 방통위가 부결시켜버리는 폭거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이사를 여당 추천 몫 7명, 야당 추천 몫 4명이 되도록 한 것은 막강한 방송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여야 교섭단체가 추천권을 가짐으로써 상호 견제도 하고 국민의 대표성을 갖도록 한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은 반대 진영의 '성명서' 한 장에 위축돼 인물을 바꾸려하지 말고 당당하게 추천하고 또 투쟁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세 번째로 서정욱 변호사 추천


    KBS 측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세 번째 추천 인사로 서정욱 변호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애국당 고문 변호사를 지낸 서 변호사는 TV조선의 '이것이 정치다' 등에 출연하며 우파성향을 드러냈던 인물.

    언론노조와 여권에선 서 변호사가 지난해 10월28일 TV조선에 출연해 '논두렁시계'를 언급하면서 "진실은 누구도 모른다. 실제로 뇌물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수사가 끝나버렸다"고 말한 부분을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독했다"며 "앞선 인사들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가하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에 결원이 생기면 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보궐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천영식 전 KBS 이사의 면직안을 지난달 14일 재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