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입증 못하면 누가 책임질건가" 오히려 겁박… 취재진 질문엔 "조사 끝난 후 답하겠다"
  • ▲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성원 기자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중앙현관에 검찰 포토라인이 설치됐다. 검찰 포토라인은 '조국 사태' 여파로 만들어진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폐지됐다. 이날 포토라인이 설치된 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피의자 임종석(54)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진해서 검찰에 공개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출석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노란색 테이프로 붙인 삼각형 모양의 포토라인 주위에는 수십명의 취재진들과 유튜버들이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4분께 짙은 회색 수트를 입고 검찰 청사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하자 현장은 수십대의 카메라가 내는 셔터음과 보수단체가 외치는 구호로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현장을 찾은 보수단체들은 입을 모아 "임종석 구속하라" "임종석 고개 숙여라. 뻔뻔하다" "국민께 사죄해라" 같은 소리를 외치며 손가락질 했다.

    '피의자'로 포토라인 선 임종석, 검찰 업무 운운하며 훈계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포토라인 앞에선 임 전 실장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은 무시하고, 검찰을 향한 '성토'만 하고 청사로 들어갔다. 두시간을 넘게 기다린 취재진은 근거도 없는 그의 '일방적' 주장만 들어야 했다.

    임종석 전 실장의 주장은 이랬다. "자신이 과거에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피해를 입었다.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 8개월이나 덮어뒀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확신한다. (검찰은) 제가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나. 입증 못하면 그땐 누군가는 반성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또 책임도 지는 것인가."

    검찰 조직에 몸 담은 적이 없는 임 전 실장이 '검찰 업무의 특성'을 운운하며 '훈계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은 하고싶은 만큼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부르고 싶은 만큼 몇 명이나 불러서 사건을 구성하고 법조문을 들이대면 누구든 기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검찰의 업무는 그 특성상 한 사람의 인생과 가족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 어떤 기관보다 더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남용함이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며 "내가 제일 세다, 최고다 누구든 영장치고 기소할 수 있다. 제발 그러지말고 오늘 왜 손에서 물 빠져 나가듯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출마를 권유했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을 포기하는 대가로 자리를 제안했느냐" 같은 사건의 핵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답을 하지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임 전 실장은 "구체적 질문은 조사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필요하면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건 핵심 질문엔 "조사 끝난 후 답을 하겠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임 전 실장을 상대로 송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당내에서 단독 공천을 받고 공약을 마련하는 데 개입한 정황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함께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첩에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하는 것을 면목 없어 해 비서실장이 요청한다'는 내용의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29일 총 13명을 기소했다. 사건에 핵심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있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수석, 송철호 시장, 송병기 전 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6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송 시장 측에 울산시청 자료를 유출하는 등 개입 정도가 적은 울산시 관계자 등 7명은 익명 상태로 기소했다.

    검찰은 임 전 실장과 전날(29일) 소환조사를 받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 총선 이후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