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인권단체, 공동 비판성명 "인권위, 靑 하부기관 아냐"… 靑 "협조공문 보냈다" 해명
  • ▲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을 두고 인권단체들이 반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 2항에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독립해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청와대의 ‘압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DB
    ▲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을 두고 인권단체들이 반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 2항에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독립해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청와대의 ‘압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DB
    인권단체들이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와 관련, 검찰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공문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발송한 것과 관련 "독립성 침해"라고 반발했다.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독립해 수행한다’고 명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 2항을 청와대가 어기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7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인권위에 관련 공문을 보냈으나 '착오로 인한 송부'라고 해명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는 15일 '청와대와 인권위의 자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인권위는 창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은 인권위를 독립적 기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단체 “인권위, 청와대 하부 행정기관 아냐”

    이들은 또 "인권위에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발송해 단순한 전달이 아닌 지시로 보이게 조치했다"며 "사법부·입법부 권한과 관련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했고, 방송사와 관계된 청원에서도 방송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와대가 공문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밝히면서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발표한 것도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굳이 청와대가 인권위의 권한까지 설명할 이유가 없고,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답변까지 공유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를 향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들은 "이 사안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단호한 입장을 밝혀야 하지만, 공식적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가 공문 발송이 착오였기 때문에 반송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날에라도 이 같은 행동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영해 인권위원장을 향해선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더라도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강력히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것이 인권위원장의 책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가 인권위에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해 10월1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국가인권위가 조국 장관과 가족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무차별 인권침해를 조사할 것을 청원한다'는 제목의 글이 청원 답변 조건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청원 시작 한 달 뒤인 11월14일 마감된 이 글에는 22만6434명이 동의했다.

    靑 “착오로 공문 두 번 송부… 처음 보낸 공문은 ‘협조공문’”

    청와대는 7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인권위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 인권위는 14일 "13일 오후 청와대가 ‘국민청원’ 관련 문서가 착오로 인한 송부라고 알려와 반송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지난 7일 공문을 인권위에 보냈다가 (하루 뒤인) 8일 인권위로부터 답변을 받았다”며 “하지만 9일 별도로 작성해뒀던 공문이 (추가로) 잘못 송부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문이 잘못 간 사실을 파악하고 당일(9일) 인권위에 전화로 해당 공문을 폐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인권위는 13일 정식으로 폐기 요청 공문을 다시 보내달라고 해서 송부한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9일 송부한 공문과 관련해 "그 문건은 저희가 처음 보냈던 협조공문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라면서도 그것이 '이첩공문'이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7일 보낸 공문엔 ‘협조’라는 표현을, 9일 “실수로 보냈다”고 말한 공문에는 ‘이첩’이라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주로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서류를 보낼 때 사용하는 ‘이첩’이라는 표현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느껴 두 번째 공문을 폐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들은 15일 '청와대와 인권위의 자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인권위는 창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을 발송한 건 인권위를 독립적 기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들은 15일 '청와대와 인권위의 자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인권위는 창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을 발송한 건 인권위를 독립적 기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다음은 15개 단체가 발표한 공동성명 전문이다.

    [공동성명]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공문 발송 소동, 청와대와 인권위의 자성을 촉구한다! 인권위는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

    1월 13일, 청와대는 “조국 수사의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청와대의 답변 요건 20만 건보다 많은 약 22만 건의 동의를 얻었다면서 “청원인과 동참하신 국민의 청원 내용을 담아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인권위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접수된 청원 내용이 인권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고 부연했다. 이는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독립적 기구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태도라 우려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조 2항에 따르면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국가인권위원회는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며, 이러한 독립성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인권기구이다. 이는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원칙, 이른바 파리원칙에 명시된 인권위의 독립성이다. 독립성이 보장될 때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권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와대가 인권위원장 및 인권위원 인선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개혁이 이뤄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 인권위에 국민청원을 전달하는 공문 발송은 그 자체로 인권위에 대한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사법부나 입법부의 권한과 관련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였고, 방송사와 관계된 청원에서도 방송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런데 인권위에는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발송함으로써,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지시로 보이게끔 조치했다.

    인권위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청와대 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공문을 전달했다는 내용과 함께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발표한 것이다. 굳이 청와대가 인권위의 권한까지 설명할 이유도 없고 또, 인권위가 청와대가 전달한 청원 내용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답변까지 공유할 이유도 없다.

    인권위도 문제다. 인권위는 청와대의 공문 발송 및 이 과정에서의 태도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했으나 공식적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청와대가 공문 발송했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1월14일에 '착오'라는 이유로 공문을 반송했다는 조치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 권한은 인권위에 있으며 청와대의 공문 발송과 발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어야 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최우선과제로 내세웠던 독립성 확보의 핵심은 청와대와 인권위의 관계이다. 설사,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할지라도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것이 인권위원장의 책무이다.

    인권위나 청와대가 단순착오인양 해명하는 것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는 이 사안이 ‘착오’라는 말로 해명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시민사회는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일련의 과정들을 철저히 공개하고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잘못 인정과 인권위의 유감 표명, 그에 따른 조치와 재발 방지책이 잇따라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청와대는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와 존중에 대한 대책을 진지하게 내놓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단순 해프닝 쯤으로 처리하려고 넘어가려 한다면,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처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차별금지법을 비롯하여 노동권 후퇴를 비롯한 많은 인권사안에서 문재인 정부와 인권위가 시민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인권위의 독립성마저 흔들리는 사태가 온다면 그 책임은 문재인 정부와 인권위가 전적으로 져야 할 것이다.

    2020년 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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