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유치원 회계까지 형사처벌...사적영역에 대한 지나친 국가개입"
  • ▲ 유은혜(오른쪽 세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두번째) 의원 등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자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 유은혜(오른쪽 세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두번째) 의원 등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자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사립 유치원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유치원3법'이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속에서도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오는 3월1일부터 사립 유치원은 국·공립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모든 교비회계를 유아교육정보시스템(에듀파인)에 입력해야 한다. 원아 200명 이상인 사립 유치원은 이 법 공포일부터 당장 적용 대상이다. 사립 유치원이 재산과 수익을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된다. 일정규모 이상의 유치원은 운영위원회도 설치해야 하며, 이 운영위에서 급식업무를 심의·자문하게 된다.

    경영 잘해봐야 수익 못 챙겨… 피해는 교육소비자에게 돌아가

    사립 유치원 운영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유치원3법' 통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립 유치원의 양적·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말 것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바른미래당은 '유치원3법'으로 유치원 비리를 없애고 부정회계를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사립 유치원 경영 동기를 훼손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와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립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 등 국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으로 운영된다. 누리과정 지원금은 올해부터 유아 1인당 24만원씩(지난해까지 22만원) 부모에게 지원되는데, 편의상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바로 지급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따르면 이 지원금은 교사의 인건비와 차량운영비로도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밖에 사립 유치원은 국가로부터 목적이 특정된 재정지원을 받는데, 이는 일선 교육지원청에 전수보고된다. 사립 유치원 운영비에는 여기에 개별 학부모들이 내는 등록금이 더해진다.

    학부모가 내는 등록금도 국가 통제… '교육 외 목적 사용 시' 형사처벌

    '유치원3법' 통과에 따라 사립 유치원은 학부모 부담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를 국가 통제에 따라야만 한다. 사립 유치원이 이 교비회계에 포함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하면 형사처벌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학부모 부담금마저 교육목적 외로 사용 시 형사처벌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라며 반대했지만, 패스트트랙에 따른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사립 유치원 경영 성과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면 유치원 측이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누려야 하는데, 이제는 그럴 동기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 서울시 사립 유치원 10% 문 닫아… "투자비용 회수하려면 문 닫는 게 상책"

    14일 본지가 서울시교육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9년 폐원한 사립 유치원은 모두 63곳이다. 2020년 1월14일 현재 서울 시내에 설립된 사립 유치원은 모두 577개로, 10%가량이 지난 1년 동안 문을 닫은 셈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폐원 사유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사립 유치원 관계자는 "공립과 달리 사립 유치원은 설립할 때 건물과 토지 모두 100% 설립자 자산인데, 현재 이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며 "땅값이라도 찾아가려면 하루빨리 폐원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유치원3법이 일부 사립 유치원을 폐원으로 내몬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 "몇 년 안에 사립 유치원은 대부분 없어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유아가 앞으로 유치원을 다니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모든 원비가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되면 유치원 사업자는 무슨 명목으로 수익을 가져가는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이미 많은 유치원이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으로 업종변경했다. 말 그대로 유치원을 안 하는 것"이란 댓글이 달렸다. 그밖에도 "우리 동네에는 이미 병설 유치원만 남고 사립 유치원은 다 없어졌다”"는 글도 있었다.

    지금도 모자란 유치원 신규설립 없으면 아이·학부모 대책 없어

    실제로 유치원 취학 학령기 아동을 둔 학부모들은 유치원 부족을 피부로 느낀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8·여) 씨는 "지난해 여섯 살 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인근 유치원 3곳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탈락해 어린이집에 계속 보냈다. 그러다 1년 뒤 다시 지원해 올해는 다행히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유치원 회계가 투명해지는 걸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유치원이 새로 설립되지 않는다면 난감해하는 학부모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은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오후 2시에는 법 통과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후 5시가 되도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