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감찰 없이 징계 불가능… 징계 사유 적절치 않으면 '직권남용'… 비난 여론 '역풍' 우려
  • ▲ 청와대가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불어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抗命) 논란과 관련해
    ▲ 청와대가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불어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抗命) 논란과 관련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는 논의한 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윤 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징계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엔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데에 법조계 의견이 모인다. ⓒ박성원 기자
    청와대가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항명(抗命) 논란과 관련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는 논의한 적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동안 윤 총장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며 강경발언을 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반응이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 선회에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다. ①윤 총장에 대한 직접징계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여론의 반발이 우려됐을 것이고 ②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의 임기가 2년으로 규정돼 있으며 ③윤 총장이 자진사퇴하지 않는 이상 적법하지 않은 이유로 그를 징계하고 해임한다면 '직권남용'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조두현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그냥 둘 수는 없다. 지휘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 보도를 통해 노출되면서 법무부가 청와대와 논의해 현 정권 관련 수사를 지휘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징계하려면 감찰 선행돼야… 사유도 적절치 않아 '직권남용' 논란

    청와대가 '윤석열 징계'에 일단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절차적 한계' 등을 지적했다. 우선 검찰총장을 징계하려면 감찰 절차가 선행돼야 하고, 적법한 징계사유 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직권남용'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윤 총장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 혹은 징계를 받아 해임되지 않는 이상 내년 7월 이전에 그를 검찰총장 자리에서 쫓아낼 방법은 없다.

    법무부 검찰 규정에 따르면 검찰총장을 징계하려면 감찰이 선행돼야 한다. 2013년 혼외자 논란이 있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징계가 이뤄지기 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의 지시로 감찰을 받았다. 다만 채 전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 직후 사퇴했다. 또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감찰위원회는 비(非)공무원 등 외부위원의 참여가 필수며, 정기회의는 2, 5, 8, 11월에 열도록 정해져 있다. 법무부장관이라도 독단적으로 검찰총장 감찰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윤 총장이 그동안의 관례를 깬 법무부의 인사의견 요청을 거부한 것이 적법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법무부는 지난 7일 대검찰청에 "대검이 먼저 인사안을 짜오라"고 요청했다. 이는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할 안을 만들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그동안의 관례와 다른 것이다. 검찰은 법무부안을 먼저 보여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인사의견을 내려는 검찰 측 입장을 오히려 묵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징계 사유에 대한 내용이나 시기적 부분도 고려한다면 이런 식으로 징계에 착수하는 것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징계하는 쪽이 수사 대상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해서 검찰총장을 압박한다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0분 남기고 오라고 해서 가지 않은 것을 항명,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을 안 했다고 항명이라고 하는 것은 일부러 항명이라고 보일 만한 사유를 만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법무부, 설 이전 중간간부 인사… '직권남용' 이어진다

    법무부는 이르면 설 이전에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를 비롯한 직접수사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검찰 중간간부의 필수보직기간(1년)을 정한 검사 인사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송경호 3차장,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 현 정권 수사의 실무를 맡은 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지면 지금까지 전개된 검찰 수사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법조인은 "추 장관이 인사권을 남용해 수사에 제동을 건다면 중대한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