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열고 출마 선언한 문석균… 아버지 서점 '숭문당' 운영·JC 중앙회장 이력이 전부
  • ▲ 지난 11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 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북콘서트를 개최하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출판 저서의 제목은 '그 집 아들'이다. ⓒ뉴시스
    ▲ 지난 11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 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북콘서트를 개최하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출판 저서의 제목은 '그 집 아들'이다. ⓒ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지난 11일 저서 <그 집 아들>을 발표하고 "아버지의 길을 걷되 아빠찬스는 거부하겠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문 부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출판기념회에는 부친인 문 의장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주듯 지역 정치인 등 3000여 명이 몰렸다. 문 상임부위원장이 문 의장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참석한 이들은 축사를 통해 하나같이 문 의장과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과거에도 대를 이어 국회의원에 도전해 '정치인 가문'이 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문 상임부위원장처럼 현직 국회의장의 아들이 지역구를 세습받고 부자가 같은 지역구에서 같은 당적으로 연이어 총선에 출마하는 일은 건국 이후 유례가 없다.

    기존 정치인의 '지역구 세습'과 차원이 달라

    문 부위원장의 출마는 기존 정치인들의 '지역구 세습'과는 여러 모로 확연이 다르다. 문 부위원장의 이력은 의정부에서 문 의장이 운영했던 서점 '숭문당'을 운영한 것과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을 지낸 것이 전부다. 이런 문 부위원장은 2018년 12월 갑작스레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았고, 지난 11일 급기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 이유에 대해 "서점을 운영하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느꼈다. 소상공인을 적극 대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껏 지역구 세습이라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정치인들은 자신들만의 정치이력과 출마 이유가 명확히 존재했다. 정치인이었던 부친에 이어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각자 나름의 능력을 갖춘 장시간의 도전이었다.

    문 부위원장처럼 아들이 아버지의 지역구를 곧바로 물려받은 사례로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다. 정 의원은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 정석모 전 의원의 충남 공주-연기지역구를 물려받아 16대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15년의 기자생활을 거치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경력이 전무한 문 부위원장과는 결이 다르다.

    '지역구 세습' 김세연은 공천 못 받아 무소속 출마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선친이 임기 중 작고해 급작스럽게 지역구를 물려받은 경우다. 그는 15대 국회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던 부친 남평우 전 한나라당 의원이 급작스럽게 사망하자 유학 중 급거 귀국해 보궐선거를 치르고 당선됐다. 그는 이후 5선 의원을 지내고 경기도지사에도 두 번 당선됐다. 남 전 지사는 2018년 경기도지사 3선 도전에서 낙선하고 지난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문석균 부원장과 전혀 다른 '세습'의 대표적 예는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정계에서 지역구 세습이 거론될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부산 금정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 의원의 부친인 김진재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5선을 지냈지만 2004년 16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정계를 떠났고 2005년 유명을 달리했다.

    특히 김 의원은 2008년 출마 당시 집권여당이던 한나라당의 공천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64.76%의 득표율을 기록해 현역 의원이던 박승환 전 한나라당 의원을 제치고 국회에 입성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도 유수호 전 의원을 이은 2대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의 부친은 대구 중구에서 13대와 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유 의원에게 지역구를 '세습을 했다'며 비판하는 사람은 드물다. 유 의원이 안팎으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회창 총재 시절 한나라당에서 원외인사로 역대 최장수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냈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자력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18대부터 20대까지 부친의 지역구인 대구 중구가 아닌 동구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유승민, 최장수 원외 여의도연구원장 거쳐 비례대표 당선

    여권에서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대째 정치를 하는 대표적 국회의원이다. 노 의원은 13대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원 노승환 전 의원의 아들이다. 노 전 의원은 이후 민선 1기와 2기 마포구청장을 지냈다. 노 의원은 기자 출신으로 아버지가 2002년 정계를 떠나고 6년 후인 2008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다른 지역구로 가서 정당하게 경쟁한다면 누가 국회의장 아들이라고 비판하겠느냐"며 "정치인 2세들의 특징은 정치초년병 시절을 거치고 능력을 배양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문석균 씨는 아버지 서점을 물려받아 일하다 이번에는 아버지 지역구의 모든 것을 물려받아 출마한다. '부모찬스'라는 말을 안 듣기가 더 힘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평론가는 "<그 집 아들>이라는 책의 제목부터 내가 문희상의 아들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선거 슬로건"이라며 "다른 정치인 2세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나 싶다. 문석균 씨가 정치에 뜻이 있어 지역 밑바닥 풀뿌리정치부터 시작해 도전했다거나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로 기업을 일궈내고 정치에 관심을 갖는 상황이라면 이런 논란은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