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여당 댓글 '공감' 횟수에 특정 패턴 나타나… 전문가들 "조작 어렵지 않다" 이구동성
  • ▲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Pixabay
    ▲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Pixabay
    '대선 댓글 조작사건'으로 불리며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2017년 킹크랩'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네이버 뉴스 여권 지지 댓글에 표시된 공감-비공감 횟수에 일정한 패턴이 형성되는 기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일부에서 '킹크랩 부활' 의혹을 제기하자, 얼마 후 이들 댓글 중 일부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서로 다른 기사에 달린 댓글이 유사한 아이디로 작성됐으며 △댓글에 나타난 '일정한 패턴'은 유사한 아이디로 작성된 댓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됐다는 점이 조작 의심을 더욱 확대시켰다.

    '킹크랩'처럼 공감 횟수 조작 또 있나… 친여성향 댓글에서 패턴 발견

    네이버 뉴스 댓글 일부에서 특이한 현상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3일과 7일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글에 따르면, 일부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현 여권을 옹호하는 3개 댓글이 유독 공감과 비공감 횟수의 차이가 거의 같아 조작이 의심된다.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이를 '킹크랩화'한 뉴스 댓글이라고 불렀다. '킹크랩'은 2017년 대선 당시 불법 여론조작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 댓글 조작 프로그램 서버의 별칭으로, 댓글 조작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 ▲ 그림1. 중앙일보 12월 31일자 〈
    ▲ 그림1. 중앙일보 12월 31일자 〈"폰 안보여, e메일로 보내라" 아들 시험 맞춰 조국 부부 대기'〉 기사 댓글 중 공감랭킹 10위권 댓글. 자료협조=빅터뉴스
    <그림1>은 이 네티즌이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댓글과 해당 기사에 달린 다른 댓글을 공감순으로 나열한 것이다.(빅터뉴스 기사 인용) 해당 기사는 중앙일보 인터넷판 지난해 12월31일자 보도 "폰 안 보여, e메일로 보내라"라는 기사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가 아들 시험을 대신 쳐줬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다뤘다. 

    댓글을 보면 공감이 가장 많이 표시된 1위부터 10위까지 댓글 중 세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 전 장관 부부의 행태에 분노를 표시하는 내용이다. 반면 공감순위 3~5위 댓글은 조 전 장관 부부를 옹호하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내는 글이다. 

    조작 의혹은 이' 세 댓글의 공감·비공감 횟수의 차이가 각각 247-247-246개로 거의 같다는 데 있다.(8일 오후 4시) 다른 댓글은 이런 식의 동조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유독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댓글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빅터뉴스는 이 기사 외에 아시아경제 인터넷판 6일자 기사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견됐다고 후속보도했다. <그림2>는 해당 아시아경제 기사에 달린 댓글을 공감이 많은 순서로 나열한 것이다.
  • ▲ 그림2. 아시아경제 1월6일자 〈北, 文대통령 겨냥
    ▲ 그림2. 아시아경제 1월6일자 〈北, 文대통령 겨냥 "푼수없는 추태…그 뻔뻔함에 경악"〉 기사 댓글 중 공감랭킹 10위권 댓글. 음영 부분은 친여 성향 네티즌들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로, 세 개 댓글 모두 공감-비공감 횟수차가 770여개로 거의 같다. 이런 현상은 조 전 장관을 비난하는 나머지 다른 댓글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자료협조=빅터뉴스
    그림에서 보듯, 이들 댓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댓글 세 개의 공감과 비공감 횟수 차이가 각각 775-775-773개로 거의 같다.(8일 오후 4시) 정부를 비난하는 나머지 댓글에선 이런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네티즌 지적, 언론 보도 직후 해당 댓글 일부 삭제돼

    이상한 점은 또 있다. 본지가 의혹을 받는 댓글을 다시 추적해보니 그 중 일부가 보도 직후 삭제된 것이 확인됐다. 먼저 아이디 star***가 쓴 댓글은 최초 지난해 12월31일 저녁 8시21분에 기사 댓글 게시판에 올라왔다.(그림3에서 위쪽) 이런 의혹을 최초로 알린 디시인사이드 게시글은 지난 1일 밤 10시47분에 올라왔고, 해당 댓글은 같은 날 밤 11시5분에 삭제됐다.(그림3에서 아래쪽) 디시인사이드 네티즌이 글을 올린 지 18분 만에 삭제된 것이다.

  • ▲ 그림3. 의혹이 제기된 중앙일보 기사 댓글 중 하나가 삭제된 모습
    ▲ 그림3. 의혹이 제기된 중앙일보 기사 댓글 중 하나가 삭제된 모습
    의혹이 제기된 아시아경제 세 댓글에서도 똑같이 그 중 하나의 글이 삭제됐다. 아이디 ansr****은 최초 6일 오전 10시14분에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올렸는데, 이후 8일 오전 8시22분 글을 삭제했다.<그림4> 이 시점은 빅터뉴스가 이 의혹을 보도한 7일 오후 2시28분으로부터 약 18시간 지난 후다.
  • ▲ 그림4. 의혹이 제기된 아시아경제 기사 댓글 중 하나가 삭제된 모습.
    ▲ 그림4. 의혹이 제기된 아시아경제 기사 댓글 중 하나가 삭제된 모습.
    패턴 드러난 댓글 작성한 아이디, 다른 문제기사에서도 발견

    이상한 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림5>는 1월9일자 조선일보 기사 "나라 빚 700,000,000,000,000"에 달린 댓글 게시판으로, 붉은색으로 표기한 댓글 세 개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대다수 댓글과 달리 보도를 헐뜯는 내용이다. 

    문제가 된 다른 기사와 마찬가지로 공감 순위 상위권에 나란히 연달아 랭크됐다. 또 세 댓글 작성자 중 아이디 ansr****는 의혹이 제기된 아시아경제 댓글 작성자와 알파벳 앞자리 4개가 똑같다. 이론적으로는 '*'로 표시된 뒤 네 자리가 서로 달라 동일인이 아닐 수 있지만 앞 네 자리가 같은 것만으로도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 그림5. 조선일보 인터넷판 1월 9일자 보도 〈나라빚 700,000,000,000,000〉 댓글 게시판. 사진=네이버 캡처
    ▲ 그림5. 조선일보 인터넷판 1월 9일자 보도 〈나라빚 700,000,000,000,000〉 댓글 게시판. 사진=네이버 캡처
    "특정 아이디 타깃팅해 공감-비공감 비율 조정할 수 있다"

    IT 업계에 따르면 이 정도 조작은 별도의 해킹 프로그램이 없어도 일반인 수준에서도 가능하다고 한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댓글 게시판을 폐쇄하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빅데이터 분석업체 연구원은 의혹이 제기된 댓글들 가운데 유사한 아이디가 발견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공감-비공감 횟수가 수십 회도 아니고 총 1000회가 넘게 달린 댓글에서 나타난 현상치고는 특이한 현상이 맞다"며 "특히 서로 다른 기사에서 유사한 아이디가 이런 특이한 현상에서 모두 발견된 것은, 해당 아이디가 쓴 댓글을 골라 매크로 작업이 들어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타깃팅된 아이디의 댓글에서 공감과 비공감의 비율을 일정하게 조정하는 것은 외부에서 가능한 일"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른바 '킹크랩'은 뉴스 댓글에서 공감과 비공감 횟수를 조작해 여론을 유리하게 호도하는 데 사용한 프로그램 서버의 별칭이다. 지난해 2월 당시 바른미래당 '김경수·드루킹게이트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권은희 의원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판결문 범죄 일람표 분석 결과 "김경수·드루킹 일당은 선거에 유리한 댓글을 킹크랩 알고리즘으로 선별하고 공감·비공감을 반복적으로 클릭하는 수법을 통해 기사의 상단에 특정 댓글을 노출시키거나, 댓글 공감 수를 상승시켜 특정 기사가 포털 첫 면에 메인 기사로 노출되게 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특정 댓글에 공감이나 비공감 횟수를 실제보다 많게 조작한다고 해서 과거 드루킹 일당이 했던 것처럼 ‘포털 첫 면에 메인 기사로 노출되게 하는 것’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포기하고 모바일 화면을 개편하면서 그럴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과거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수법이 그대로 재연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한 데이터마이닝 업체 관계자는 "과거(드루킹)처럼 특정 집단이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웹크롤링에 대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이 정도 결과를 내는 프로그램은 다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정 아이디가 쓴 댓글을 추적해 공감 비율을 조정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며 조작이 의심스럽다는 데는 공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금은 무제한 반복 클릭은 불가능하다. 이 정도 횟수로 공감을 클릭하려면 그만큼 많은 아이디를 보유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수준의 동원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