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주둔 이라크 이르빌-아인 알 아사드 기지 공격… 피해 미미해 확전 가능성 작아
  • ▲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10여 발(more than a dozen)을 발사했다. 미국 국방부는 2곳 이상의 미군기지가 공격받았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사상자 수는 밝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금까지 결과는 다 좋다”고 썼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관련 대국민 연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이르빌과 아인 알-아사드 기지 공격받아”

    AP, NBC, CNN, BBC 등 주요 외신은 “이란이 이라크의  미군기지를 지대지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사일 발사 지점은 이란 국내였다.

    미 국방부도 “안바르주 이르빌과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 최소한 2곳 이상의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가 공격받았다”고 확인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만 12발 이상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 기지에는 약 1500명의 미군이 주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그러나 구체적인 사상자 수는 “파악 중”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도 이라크의 미군 시설이 공격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대통령은 해당 내용을 브리핑 받은 뒤 국가안보 담당자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이란의 공격 직후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공격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에는 대국민 연설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란 공격에 대해 보고받은 뒤 올린 트위터. 이것만 보면 미군의 피해가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란 공격에 대해 보고받은 뒤 올린 트위터. 이것만 보면 미군의 피해가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지금까지는 다 괜찮다(All is well!)”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2곳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현재 피해 파악 중”이라면서 “지금까지는 괜찮다(So far so good)”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졌고, 이를 세계 어디든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공격작전명은 ‘순교자 솔레이마니’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를 공격한 이란 혁명수비대 항공우주사단은 국영TV를 통해 “이란을 향해 적대적 행위가 시작되는 시설이 있는 모든 나라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번 작전명은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우리는 강력한 보복을 가했다”며 “미국이 이란 영토를 공격할 경우 우리는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이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이스라엘 하이파 등을 타격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미군을 받아들이는 모든 나라는 우리의 적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또한 “미국인들은 정부가 이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요구하라”고 선동했다.

    외신들 “미국과 이란, 당장 전면전은 않을 듯”

    미국이 이번 공격에 보복할 경우 중동지역 전체로 전화(戰火)가 번질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언론은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 ▲ 이란이 공격한 이라크의 미군기지 위치. 미국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란은 자국 내에서 탄도미사일을 쏘았다. ⓒ美폭스뉴스 속보화면 캡쳐.
    ▲ 이란이 공격한 이라크의 미군기지 위치. 미국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란은 자국 내에서 탄도미사일을 쏘았다. ⓒ美폭스뉴스 속보화면 캡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끝낼 준비를 하는 중”이라며 “미국은 이란과 갈등을 해소할 외교적 해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지역에서 긴장이 완화되는 것을 보고 싶다. 이란이 우리와 함께 앉아 향후 더 나은 방안을 두고 협의를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에스퍼 장관은 다만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우리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라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에스퍼 장관의 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성명 발표를 늦춘 것 등을 두고 외신들은 미국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거나 침공하는 등 전면전으로 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풀이했다.

    이란 또한 미국에 대한 ‘피의 복수’를 외치지만, 미국과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외신들의 전망이다. BBC는 “이란이 원하는 것은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는 것”이라며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미국인 인질 52명을 잡으면서 당시 카터의 재선을 막은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인이 피해를 입으면 국내 여론이 악화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게 되고, 그러면 과거 오바마 정권 때 맺었던 ‘핵합의(JCPOA)’ 체제로 돌아갈 수 있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6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의 시신을 앞세워 대중집회를 열었지만, 군중을 통제하지 못해 56명이 압사하고 200여 명이 부상당한 것도 이란 지도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란 지도부는 결국 솔레이마니 장례식을 연기했다.

    미국, 전쟁 준비는 착착 진행 중

    이처럼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상정한 미국의 대비는 착착 진행된다.
  • ▲ 바탄 상륙준비단의 항해 모습. 상륙준비단이란 미해군과 해병대의 상륙작전 단위부대를 일컫는다. ⓒ위키리크스 공개-美해병대 공개사진.
    ▲ 바탄 상륙준비단의 항해 모습. 상륙준비단이란 미해군과 해병대의 상륙작전 단위부대를 일컫는다. ⓒ위키리크스 공개-美해병대 공개사진.
    미 공군은 지난 6일 B-52H 전략폭격기 6대를 본토에서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기지로 보냈다고 CNN이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해 이란과 긴장이 고조될 때 B-52H를 카타르 공군기지로 보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란의 미사일 사거리를 고려해 디에고가르시아에 배치했다”고 CNN에 밝혔다.

    미 육군은 이라크로 보내기로 한 제82공수사단 예하 여단 병력 3500명, 폭동 진압 전문 즉응군 750명 외에 특수부대 제75레인저연대 예하 병력, 이탈리아에 주둔 중인 제173공수여단 병력 200명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과 해병대는 강습상륙함(LHD)을 중심으로 한 상륙준비단(ARG)을 이라크 인근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바탄 상륙준비단’은 LHD 5번함 ‘바탄’과 상륙함(LPD) 1척, 1개 해병 원정대(MEU) 병력 2300명, 고속상륙정(LCAC), 수직이착륙 전투기, 헬기 강습부대 등으로 구성돼다. 상륙준비단은 보통 항모강습단의 보호를 받는데, ‘바탄 상륙준비단’의 경우 지중해에서 주로 활동하는 부대여서 제6함대의 ‘해리 S.트루먼’함 등이 이들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모두 이라크와 이란 주변에 배치되면 미군은 중동에 8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셈이 된다. 이는 1991년 2월 걸프전쟁(미군 병력 52만 명)이나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미군 병력 13만 명) 때만은 못해도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