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이승만 건국 빠지고 남북회담 부각… "좌파는 善 우파는 惡, 위험한 이분법 교육"
  • ▲ 어린이 인기도서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가 북한 도발은 전혀 다루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강조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좌편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데일리DB
    ▲ 어린이 인기도서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가 북한 도발은 전혀 다루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강조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좌편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데일리DB
    어린이 인기 도서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의 좌편향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3대 세습이나 천안함 폭침사건 같은 북한의 도발은 전혀 다루지 않은 반면,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비중있게 다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 등 우파정권은 악(惡),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좌파정권은 선(善)으로 형성짓는 듯한 내용도 있다. 교육계 일각에선 역사적 판단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린이들이 무의식중에 편향적 사고를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민주화운동을 탄압했다는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반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는 남북 평화를 위해 노력한 정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의 3대 세습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이 일으킨 도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민주화 막은 세력으로 부각… 이명박 정부는 언급도 안 해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는 총 9장으로 구성된 주제 가운데 7장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가 장기독재와 무력진압으로 한국의 민주화를 막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촛불시위를 민주주의 수호 노력에 포함하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 등 한국경제 발전을 이룬 박정희 정부의 업적에 관련한 기술은 8장 경제발전과 그 그림자 부분에서 ‘수출액 증가’ 정도를 게재하는 것에 그쳤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사적 의미,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현재 한미동맹의 초석을 다진 업적 등을 서술한 부분은 찾기 어려웠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아무런 내용도 담지 않았다.

    9장 세계 속의 대한민국에선 ‘우리 문화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남북관계와 평화에 대한 내용을 비중 있게 서술했다. 또 지난해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오가는 장면을 큰 그림으로 담아냈다. 나아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점을 세 장 분량으로 다뤘다.

    문재인-김정은 회담 크게 싣고… DJ·노무현·문재인, 한반도 평화세력으로 다뤄

    문제는 이 같은 편향된 서술방식으로 인해 역사적 판단의식이 부족한 초등학생 등이 잘못된, 균형감이 없는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책이 놀이를 통한 학습을 유도해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편향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근·현대사를 담은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는 숨은 그림 찾기와 사다리 타기 등 여러 활동을 통해 핵심 키워드를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5·16 군사정변을 다룬 장에서는 제시된 신문 빈칸에 알맞은 푯말(단어)을 찾도록 유도하면서 "박정희는 군사정변을 일으켰어" "민주화를 이루려던 꿈이 무너졌어"라고 설명한다.

    신문의 헤드라인은 ‘16일 새벽 군사ㅇㅇ 발생’이라고 적혀 있다. 그 옆에는 불법적 수단과 무력으로 생긴 정치적 큰 변동인 ‘정변’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급격한 변동인 ‘혁명’이라는 단어를 각각 쓴 두 개의 푯말이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정변에 동그라미를 치면 정답을 맞춘 대가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진 도전·성공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이다.
  • ▲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 책 일부 모습. ⓒ뉴데일리DB
    ▲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 책 일부 모습. ⓒ뉴데일리DB
    이 책은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후 현재 네이버 책 판매 기준 베스트셀러를 기록 중이다. 고대사와 고려사, 조선사 등 시리즈별로 출간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이 도서를 접한 한 학부모는 “진보정권과 보수정권 간 대결구도가 심하고 선과 악을 결정짓는 듯한 내용에 학부모로서 불편함이 느껴졌다”며 “아이의 요구로 책을 사주기는 했지만 책을 통해 아이가 편향된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학과 A교수는 “특히나 현대사는 대통령의 지도자상을 드러내 당시 추진했던 정책과 장단점을 적절히 서술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올바른 지도자의 기준을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중립성을 갖고 역사적 사건을 기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지도자가 실패했다고 전제한다면 아이들에게 편향된 역사관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적으로 특정 부분을 확대하거나 축소해선 안 되고 특별한 기준 없이 역사적 사건만 내세우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이 도서가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도서 곳곳에는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가 등장해 역사적 사실을 소개한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캐릭터 스티커도 수록돼 있다.

    “캐릭터 활용, 어릴수록 자극효과 커”… '좌파성향' 단체 소속 집필진도 논란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캐릭터가 주는 이미지 효과는 상당하다”며 “캐릭터를 교육도서와 결합했을 땐 친근한 캐릭터가 긍정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 구매욕구나 책의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나이가 어릴수록 캐릭터로 인한 자극효과가 크다”며 “어릴 때 경험한 캐릭터의 이미지는 성인이 돼서도 똑같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도서 집필진도 논란거리다.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는 세 명의 현직 역사교사와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경남역사교사모임이 공동 집필했다.

    좌파성향 단체로 알려진 전국역사교사모임은 2015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공동으로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우편향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냈다. 이 단체 소속 일부 교사는 2017년 좌파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사는 사실에 입각해서 전달하면 된다”며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식의 가치판단이 담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두곤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직 교사가 동시대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주관적 판단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건 거의 범죄에 해당한다”며 “이럴 경우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북한식 세뇌교육’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