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에 충성 맹세한 알 카에다 연계조직 알 샤바브… 이란과 무관한 수니파 조직
  • ▲ 하룬 마루프 VOA 기자가 올린 캠프 심바 공격당시 사진. 불타는 비행기가 '세스나' 기종이다. ⓒ하룬 마루프 기자 트위터 캡쳐.
    ▲ 하룬 마루프 VOA 기자가 올린 캠프 심바 공격당시 사진. 불타는 비행기가 '세스나' 기종이다. ⓒ하룬 마루프 기자 트위터 캡쳐.
    ISIS에 충성을 맹세한 알 카에다 연계 테러 조직 알 샤바브가 케냐 주둔 미군기지를 공격해 미국인 3명이 숨지고 항공기와 차량 다수가 파괴됐다.

    ISIS 추종 알 카에다 연계 알 샤바브, 케냐 미군기지 공격

    “케냐 경찰에 따르면 알 샤바브의 공격은 지난 5일 오전 5시30분쯤(현지시간) 시작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공격받은 곳은 ‘캠프 심바’로, 소말리아 남쪽 해안 라무(Lamu) 인근에 위치한다.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둔 알 샤바브가 케냐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10년 전 만다(Manda)만 공항 인근에 만든 기지다.

    공격 당시 ‘캠프 심바’에는 케냐 방위군(KDF)과 100명 미만의 미군, 미 국방부 계약업체 직원이 함께 근무 중이었다. 이 공격으로 미군 1명과 국방부 계약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국방부 직원 2명이 부상당했다. 또한 미군과 케냐 방위군 비행기 각 1대, 미군 헬기 2대, 차량 수 대가 파괴됐다고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가 밝혔다.

    케냐 방위군은 “알 샤바브가 기지에 침투하려는 것을 발견한 직후 교전이 벌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알 샤바브 조직원 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케냐 방위군은 “기지의 활주로는 파손된 곳이 없으며, 인근의 여객기 항로도 다시 열렸다”고 덧붙였다.

    반면 알 샤바브 측은 “중무장한 군사기지 공격에 성공해 기지 일부를 점령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적의 항공기 7대와 여러 대의 군용차량을 파괴했고, 케냐 방위군 9명을 살해하고 미군 17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미군 “알 샤바브와 이란, 관계 없지만 테러 경계해야”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의 크리스토퍼 칸스 대변인은 이 같은 알 샤바브의 주장에 “그들은 항상 과장한다”며 일축했다.
  • ▲ 2013년 9월 케냐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당시 대피하는 시민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9월 케냐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당시 대피하는 시민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칸스 대변인은 또 “이번 알 샤바브의 공격은 이란과 전혀 관계 없다”며 “알 카에다 연계조직 알 샤바브는 수니파로, 그들 나름의 신조가 있어 이란과는 오히려 적대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인 알 샤바브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친할 수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설명도 쏟아졌다.

    하지만 알 샤바브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틈을 노려 공격했을 가능성은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라디스 압디 국제위기그룹(ICG) 연구원은 트위터에 “이번 미군기지 공격이 알 샤바브가 이란과 전술적 동맹을 하고자 보낸 신호라면 타이밍이 좋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란과 대립할 때 알 샤바브가 빈틈을 노리고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소말리아 내전의 산물 알 샤바브, 주변국서 테러 자행

    알 샤바브는 1991년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의 부산물이다. 1994년 3월 미군이 철수한 뒤 소말리아에서는 군벌들 간 내전이 계속됐다.

    이후 군벌들을 모두 축출하며 등장한 수니파 이슬람 조직 ‘이슬람법정연대(UIC)’는 2006년 7월 모가디슈를 점령하고 소말리아를 지배했다. 이들은 주민들을 앞세워 아덴만 일대에서 해적질로 큰돈을 모았다. 그러나 내분이 일어났고, 이들 가운데 과격파들이 분리해서 따로 만든 조직이 알 샤바브다. 알 샤바브는 이후 알 카에다와 연계하면서 아프리카 곳곳에서 테러를 저질렀다. 또한 소말리아 남부를 점령하고 이슬람 율법으로 통치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알 샤바브의 테러는 2013년 9월 케냐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사건이다. 당시 민간인 61명과 경찰 5명이 숨졌고, 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알 샤바브는 무슬림이 아닌 사람만 골라 살해했다. 때문에 사망자 가운데 한국인과 영국인 등 외국인이 16명이나 됐다.

    알 샤바브는 지난해 12월29일(현지시간)에도 모가디슈에서 폭탄테러를 저질러 1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미군은 이튿날 이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알 샤바브 기지를 공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