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즉응군 750명 급파…트럼프 “벵가지처럼 두지 않을 것” 이란 “할 수 있는 것 없어”
  • ▲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입구와 담장을 파괴한 뒤 환호하는 시위대. 이들이 흔드는 깃발 가운데는 이라크 국기 외에도 헤즈볼라, 카타이브 헤즈볼라, 인민동원군 등 시아파 무장조직 깃발들이 보인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 입구와 담장을 파괴한 뒤 환호하는 시위대. 이들이 흔드는 깃발 가운데는 이라크 국기 외에도 헤즈볼라, 카타이브 헤즈볼라, 인민동원군 등 시아파 무장조직 깃발들이 보인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2월 3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라크 바그다드 소재 미국 대사관을 공격했던 시위대가 미군 공수부대 출동 소식이 전해지자 1월 1일 황급히 철수했다. 미국은 이들이 일반인이 아니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조직원이라고 주장했다.

    친이란 무장단체 주도 시위대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습격

    미국은 지난 12월 29일 시리아와 이라크 소재 카타이브 헤즈볼라 본거지 5곳을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카타이브 헤즈볼라 조직원 25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지지자들이 31일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으로 몰려와 폭력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대사관 본관에 진입하려 담장과 시설물에 불을 질렀다. 대사관을 경비하던 미 해병대가 이들을 막았다. 미군은 쿠웨이트에 주둔 중이던 해병대 긴급대응부대원 100명을 급파했다. 이들은 대사관에 도착한 뒤 옥상 등에 진지를 구축하고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의 대사관 진입을 차단했다. 이들과 별도로 AH-64 아파치 헬기 2대가 출동해 밤늦게까지 대사관 주변을 비행하며 시위대를 감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대사관 주변에 50여 동의 텐트를 치고, 무료 급식소와 임시 치료소까지 차리고는 장기 농성을 시도했다. 미국 내에서는 시위대가 장기 농성을 벌이면 2012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습격 때처럼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위대 속에 반미 무장조직이 섞여 있을 경우 가능성이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에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대사관 공격 배후에는 테러리스트가 있다"면서 카타이브 헤즈볼라 설립자인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시아파 민병대 수장 카이스 알-카잘리, 이란의 대리인인 하디 알 아마리의 사진을 올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 사진은 현지 대사관 밖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이란과 그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이 시위의 배후세력이라고 비판하며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 공격과 관련해 “제2의 벵가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트위터에 “우리 시설에서 생긴 손실이나 인명 피해에 대해 이란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건 매우 큰 대가가 될 것이다.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위협했다.

    미군 “공수부대 즉응군 현지 급파”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육군 제82공수사단 예하 즉응군(IRF, Immediate Response Force) 750명을 이라크 현지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IRF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미군이 투입된 곳에서 소규모 폭동이 발생할 경우 사상자 없이 제압하는 부대다.
  • ▲ 미국 대사관 바깥에서 찍힌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카타이브 헤즈볼라 설립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공개사진.
    ▲ 미국 대사관 바깥에서 찍힌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카타이브 헤즈볼라 설립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공개사진.
    루카스 톰린슨 폭스뉴스 기자는 1일 트위터를 통해 “국방부 관계자 3명에게 확인했다”면서 “최소 500여 명의 공수부대원이 현재 대서양을 넘어 이라크로 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톰린슨 기자는 이어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혼란스러운 바그다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쿠웨이트 등에 최대 4000명의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 3개 보병대대는 각각 18시간 마다 보낼 수 있고, 96시간 뒷면 여단 병력을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도 비슷한 시간 “공수부대 즉응군 750명에 더해 쿠웨이트에 주둔하던 공수부대원 650명이 현장으로 출동했으며, 대략 4000명이 더 출동할 수 있게 군장(軍裝)을 꾸려 놓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폭스뉴스는 “이들 외에도 지난해 5월 이란의 유조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에 배치된 미군이 1만4000여 명, 이라크 보안군이 테러조직 ISIS과 싸우는 것을 돕기 위해 배치된 미군이 5200여 명”이라며 “이들 또한 필요하면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현지에 투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위대 물러난 뒤 아야톨라 하메네이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 없다”


    미군 출동 소식이 전해진 1일 오후, 시위대가 철수하기 시작했다. 텐트를 걷어낸 시위대는 티그리스 강을 건너 ‘그린존’ 바깥으로 나갔다. 카타이브 헤즈볼라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파딜 알-게지’는 AP통신에 “우리는 미국의 코에 먼지를 문질렀다(망신을 줬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뒤 승리자로 떠난다”고 큰 소리를 쳤다.

    시위대가 모두 떠난 뒤 이란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 하메네이는 “이 사람(트럼프 대통령)이 바그다드 사건의 책임을 이란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이어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범죄 때문에 여러 나라가 당신네를 증오한다고 비난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미국이 ‘이라크 국민’을 이유 없이 학살했다며 미국 대사관을 공격했지만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은 지난 12월 27일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키르쿠크 소재 이라크 보안군 기지를 향해 30여 발의 로켓 공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로켓 공격으로 미국인 민간군사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이라크 시아파들이 뭉친 무장조직으로 레바논 헤즈볼라와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이들이 알 아사드 편에 서서 시리아 내전에, 후티 반군을 도와 예멘 내전에 참전한 것도 이란의 지원 때문이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달리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북한의 직접적 관계는 밝혀진 적이 없다. 그러나 이란이 북한과 군사 분야에서 오랫동안 협력해 왔고,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참여하는 후티 반군에 북한제 스커드 미사일을 제공했던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들과 북한 간의 연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