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황' 여상규 "황대표 기득권 놓으라"... '친황' 한선교 "황교안 체제에 힘을"
  • ▲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을 마치고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여상규(3선‧경남 사천시-남해군-하동군)‧한선교(4선‧경기 용인시병)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4·15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여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황교안 대표가 가진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요구했고, 한 의원은 “황교안 체제에 힘이 되고 싶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최근 황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대한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 의원은 “국익을 무시한 채 오직 당파적 이익만을 쫓기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마다 않는 작금의 정치현실, 나아가 오직 내 편만 국민이라 간주하는 극심한 편 가르기에 환멸을 느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부역강(年富力强, 젊고 강함)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출마 사유를 밝혔다.

    여상규 “악법 날치기 현장서 한국당 매우 무기력”

    특히 여 의원은 한국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여 의원은 우선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정국에서 보인 당 지도부의 행보와 관련 “말도 안 되는 악법들이 날치기 통과되는 현장에서 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며 “나는 몸으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전혀 용기를 북돋워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선진화법에 고발될 걱정을 하는 의원들을 향해 ‘그건 걱정 말라. 내가 책임지겠다’는 지도부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여 의원은 이어 “곧 공천이 시작될 텐데,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의원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50% 물갈이’ 같은 위협을 하는 당 지도부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개탄했다.

    이에 기자들이 ‘황 대표의 사퇴 주장까지 염두에 둔 것인가’라고 묻자 여 의원은 “자유진영이 이렇게 코너에 몰리는데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당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 국회의원들도 자리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황 대표 이하 지도부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 ▲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눈물을 흘리며 단상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눈물을 흘리며 단상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같은 날 황교안 대표 체제의 첫 사무총장으로 발탁됐던 한선교 의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여의도 국회에서 생활했다. 긴 시간이었다”면서 “이제는 시간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또 당과 나라 사정을 고려할 때 불출마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불출마 소회를 밝혔다.

    한 의원은 “국민 여러분이 요즘 여러 가지 국회의 불편한 모습을 보시면서 한국당에 대한 질타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며 “나의 작은 결심이 국민 여러분의 요구에 조금이나마 답하는 모습이 되기 바란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자유우파 지지자들에게 크게 받아들여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선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용서 구하며 눈물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내 의원생활 중 탄핵되고 감옥에 간 박 전 대통령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나를 용서해 달라”라고 말했다. 

    다만 한 의원은 여 의원과 달리 황교안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한 의원은 “요즘 황 대표 체제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많다”며 “저는 황교안 체제의 첫 번째 인사 대상자로서 황 대표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 이후 황교안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강한 야당 지도자상을 보여주지 못했어도 죽음을 각오한 단식 등 투쟁을 통해 정치적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4·15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현역 의원은 김무성(6선·부산 중구-영도구)·김세연(3선·부산 금정구)·김영우(3선·경기 포천시-가평군)·김도읍(재선·부산 북구-강서구을)·김성찬(재선·경남 창원시-진해구)·윤상직(초선·부산 기장군)·유민봉(초선·비례)에 이어 총 9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