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은 국민의 힘으로 심판해야" 창당까진 무리 없을 듯… 실제 효과는 미지수
  •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만18세 선거권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동안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거세게 항의하다 제지당하고 있다.ⓒ연합뉴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만18세 선거권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동안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거세게 항의하다 제지당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이하 '비례한국당') 창당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부터 이를 공식화했으며, '꼼수'라는 비판 속에서도 잘못된 선거법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강행할 뜻을 여러 번 내비쳤다.  

    지난 26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꼼수에는 묘수를 써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며 "선거법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비례대표한국당을 반드시 만들겠다. 그것만이 꼼수 선거법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뜻을 받드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다짐한 바 있다. '비례한국당' 창당 실무를 맡은 원영섭 한국당 조직부총장은 당내에서 '비례한국당' 창당에 필요한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다고 30일자 조선일보에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원 부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대표께서 '비례한국당' 창당 관련해선 철저히 함구령을 내려 구체적인 창당 추진 경과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면서 발기인 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단 보도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창당을 최대한 서두르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불출마 의원들이 중심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누가 갈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비례한국당' 창당 무리 없을 듯… 한국당 창당 요건 충족

    정당법상 정당을 창당하려면 발기인 2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중앙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중앙선관위에 정당 명칭과 대표자 이름 등의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이후 최소 5개 시·도당 창준위를 결성해 각 관할지역 내에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 

    통상 정당 창당 과정에서는 당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이 정도는 책임당원이 20만 명 이상인 한국당이 동원할 수 있는 수준의 인원이다. 기성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비례한국당' 간 이중 당적 문제도 제기되나,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창당 등록 후 선관위 심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중 당적 보유가 허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정당법은 창당준비위원회와 새로 결성하려는 정당의 명칭은 이미 신고 또는 등록된 것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제41조)고 규정했다. 다만 '뚜렷한 구별'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이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존 명칭과 유사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량적이 아닌 정성적 평가가 이뤄진다"며 "법원 판례와 선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단 '비례한국당'을 창당하는 것 자체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투표용지 기호 배정, 선거운동, 당내 일부 혼란 등 우려 

    하지만 실제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하더라도 창당 이후 총선전략으로 활용하기에는 난관이 없지 않다. 우선 정당 투표용지의 기호 배정 문제다. 비례 위성정당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정당 투표용지에서 상위 기호를 배정받아야 해 현역 의원을 일부라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지역구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 모두 정당별 의석수를 기준으로 번호순서를 매기기 때문이다. 설사 상위 기호를 받는다 해도 '자유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의 명칭이 모두 정당 투표용지에 기재돼 한국당 지지자들은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여럿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 금지'를 요구하며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ㆍ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우리('비례한국당')는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정당이다. 우리 당 지지자가 한국당 정당 투표를 어디에 하는지 (위성정당의) 이름을 알면 된다"며 "아무런 걱정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친한국당 성향의 우당(友黨) 만들면 더 효과적"

    '비례한국당'을 한국당 내에서가 아니라 친한국당 성향을 가진 우당(友黨)의 형태로 창당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알바니아 등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한 나라에서 모두 위성정당을 창당해 해당 제도가 무력화된 선례가 있다"며 "위성정당을 통해 이 제도가 그만큼 잘못된 제도라는 것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며, 잘못된 제도는 결국 국민의 힘으로 심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가 그렇듯, 자유한국당과 공통분모를 공유할 수 있는 우당의 형태로 만든다면 위성정당 창당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