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이석기 제외 5174명 특별사면… 靑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형 확정되지 않아 제외"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이광재 전 강원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정치인 및 노동계 인사에 대한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그러나 친정부 성향 인사들 중심으로 사면이 이뤄져 '코드 사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로 구속 1005일째를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면이나 형집행정지 조치가 없었다.

    김오수 법무부장관직무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 형사범 2977명, 양심적 병역거부사범 1879명, 특별배려수형자 27명, 선거사범 267명, 사회적 갈등사건 관련자 18명, 정치인 및 노동계 인사 3명 등 총 5174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면에서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내란음모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제외됐다. 야권 인물로는 선거사범인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등 2명이 포함됐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민생사면이자 국민 대통합을 위한 사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야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에 대해선 "아직 형 확정 등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풀려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국정농단 사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형집행정지의 경우 박 전 대통령 측이 건강문제를 들어 지난 4월과 9월 두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한국당 "사면권마저 총선용으로 전락"

    정부의 이번 사면에 대해 야당에서는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서민부담 경감은 허울일 뿐, 선거를 앞둔 '내 편 챙기기' '촛불청구서'에 대한 결제가 이번 특사의 본질"이라며 "'코드 사면'에 '선거사면'이다.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선거사범, 불법·폭력시위를 일삼은 정치 시위꾼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해놓고 국민화합이라니, 국민화합을 어떻게 읽으면 이렇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진 대변인은 "법을 지키며 성실히 살아온 국민들께는 자괴감을 안기고, 온갖 괴담을 만들고 대한민국을 흔들어온 세력에는 승전가를 울리게 한 특사"라며 "대통령은 사면권마저 총선용으로 전락시켜 정권 연장을 위한 촛불청구서에만 화답 중이다. 대통령에게도 민생·국정은 사라진 단어가 되어 버렸다"고 일갈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번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내년 총선을 앞둔 자기 식구 챙기기"라며 "일반 형사사범과 야당 인사가 포함됐다고는 하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광재 뇌물 액수 파악 틀린 靑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는 '노무현의 오른팔'로 불렸던 친문 핵심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사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대가성이 없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아 (사면 제한 기준인)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가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한 기자가 '이광재 전 지사가 10만 달러 가까이 수수했는데, 부패범죄가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10만 달러라고요?"라고 되물으며 "현저하게 더 적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7만5000달러,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 2만 달러'라는 구체적 내용을 설명했으나, 이 관계자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2만5000달러를 수수했다는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1년 이 전 지사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서울 롯데호텔에서 5만 달러 △베트남 태광비나 사무실에서 2만5000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한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롯데호텔에서 받은 5만달러를 총액에서 제외한 것이다.

    주장이 엇갈리자 이 관계자는  "그렇게 따지면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은 훨씬 (수수 규모가) 큰 금액"이라며 다음 질문자에게 기회를 넘겼다. 결국 청와대는 이날 오후 메시지를 통해 "이광재 전 지사의 정치자금 수수액과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9만5000달러가 맞다"고 정정했다.

    한편 이번 사면에서 사회적 갈등 사건으로는 △밀양 송전탑 공사 △제주 해군기지 건설 △세월호 집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사범이 포함됐다. 이날 정부는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및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71만2422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함께 시행했다. 3·1운동 100주년 특별사면 이후 10개월 만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이뤄진 사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