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 마무리 수순
  • ▲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2020년 1월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8) 전 대통령이 2020년 1월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박성원 기자
    "공소사실에는 곳곳에 모순과 불일치로 가득하다. 명백한 물증 없이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해달라." 

    이명박(78)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27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한 변론 중 일부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 등이 건넨 뇌물을 받고 다스(DAS) 자금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를 받는다. 

    이날 공판에서는 다스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한 혐의에 대한 양측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김석한 변호사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다스 소송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 측이 이를 수락했고, 이후 삼성 본사와 삼성 미국법인(SEA) 등 2곳이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 등 참고인 진술, 일부 문건 등이 근거로 거론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뇌물이라고 인정된 돈은 이 전 대통령이 아닌, 대형로펌인 에이킨검프가 지급받은 돈"이라며 "검찰은 김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의 대리인이고,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돈을 김 변호사가 차명 관리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김석한 변호사 조사도 받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에 의구심을 표했다. '김 변호사를 조사하지도 않고 차명으로 관리했다고 검찰이 주장할 수 있는지, 에이킨검프를 김 변호사가 어떻게 관리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가 개인적 이득을 위해 청와대 측과 친분을 유지했다는 것이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특히 "중간 연락을 했다는 김석한 변호사는 조사를 받지도 않았고, 김백준 전 비서관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진술도 믿을 수 없다"며 "김 전 비서관은 고의로 증언을 회피한 사람으로, 헌정사랑 유례없이 9번이나 법정 출석 거부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명백한 물증 없이 김 전 비서관, 이 전 부회장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참고인들 진술은 검찰에 따라 만들어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며 "재판부가 이 사건의 허구성을 깊이 통찰해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원심 파기하고 무죄를 해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 측은 또 "일국의 대통령이 재임 중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으면서, 그것도 제3자 등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회계장부, 인보이스 등 영수증이 남는 방식으로 (돈을) 받는다는 건 어색하고 황당한 일"이라며 "뇌물을 줬다는 이학수 전 부회장과 뇌물을 받았다는 이 전 대통령이 한번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전화통화한 적도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항소심 결심공판 다음달로

    반면 검찰 측은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 삼성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부분을 (이 전 대통령이) 인지한 게 확인됐다"며 "(이같이)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삼성 현안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던 점, 그 현안은 대통령 직무 범위에 포함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 변론을 들은 뒤 오는 2020년 1월 8일 오후에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1시간 반 최종 의견을 전한다. 이 전 대통령은 30분 가량 최후진술을 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종의견, 구형 등 1시간 가량 설명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피고인신문은 결심공판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데 피고인신문을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것으로 '진술거부권 침해'"라고 정리했다.

    이로써 2018년 12월부터 진행된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이 곧 마무리된다. 1월 결심공판 이후 항소심 선고는 2월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18년 10월 5일 선고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