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중과 '기본권 제한' 판결…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전면 금지' 헌법소원 청구
  • ▲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6일, 서울 송파구 한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아파트 매매 가격이 게재돼 있다. ⓒ뉴시스
    ▲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16일, 서울 송파구 한 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아파트 매매 가격이 게재돼 있다. ⓒ뉴시스
    정부의 '12·16부동산대책'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재산권 침해 같은 기본권 관련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이 이번 대책에 포함돼서다. '15억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은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됐다. 다른 내용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부는 그동안 역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 일부에 '위헌(違憲)' 판단을 내렸다. '국민 기본권의 과도한 제한' 등이 이유였다. '가장 규제 강도가 높은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은 '12·16부동산대책'. 전문가들은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시행 뒤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1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세청 등이 내놓은 이번 방안은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2019년 10·1보완방안 등에 이은 네 번째 대책이다. ①투기적 대출수요 규제 강화 ②주택 보유 부담 강화 및 양도소득세 제도 보완 ③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 ④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등의 주요 내용이 담겼다. 

    정부 발표 하루 뒤 헌법소원 제기 

    우선 ①의 내용이 논란이다. ①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방안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 강화(12월23일 적용)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 금지(12월17일) 등이다. ①에 있는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 투자 방지' 항목에는 △서울보증보험 등 '사적보증기관'의 전세대출보증 규제 강화(2020년 1월 초) 등도 있다. 

    위헌 논란은 이 부분이다. 정희찬(37·사법연수원 30기)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7일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평등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부동산 전문 법조인들도 위헌 소지를 지적한다. 정 변호사가 지적한 부분 외에도 문제 있는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사적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에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보유한 차주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도록 협조요청하겠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전문 김예림 변호사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나중에 전세자금을 못 받는 경우에 대비해 보통 보증보험에 든다"며 "(이번 방안 탓에) 서민들 타격이 더 크다. 이 방안이 투기 수요를 잡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출규제도 마찬가지로, 은행이라는 사적인 영역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고도 말했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기본권이라고 무제한 허용하는 게 아니라 공공질서와 공공복리 등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동산 정책 같은 경우는 근거가 없는 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로 법률 형식에 근거해서 법률 또는 법률에 준하는 형식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법률 또는 법률에 준하는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노태우·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일부 정책 '위헌' 

    그렇다면 사법부가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위헌판단한 전례는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노태우·노무현 정부의 일부 정책 내용에 대해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판단을 한 적이 있다. 노태우 정부의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해서는 각각 위헌, 헌법불합치 판단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세대별로 합산해 과세하는 것 역시 위헌이었다.

    헌재의 1999년 택지소유상한제 관련 결정문 중 일부다. 

    "택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 개인의 주거다. 행복추구권과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는 장소다. (택지) 소유상한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실현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 (중략) 200평을 초과하는 택지를 취득할 수 없게 한 것은 (중략)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다. 헌법상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다."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도 헌재는 위헌이라고 봤다. 2008년 헌재의 판단 이유다. 

    "민법은 부부 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 재산까지 공유로 추정할 근거규정이 없다. 공유재산이라고 해서 세대별로 합산 과세할 당위성도 없다. 부동산 가격의 앙등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이다. (중략) 이미 헌법재판소는 자산소득에 대한 부부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 선언했다 (중략) 세대별 합산은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과거에도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목적과, '재산권' 등 국민 기본권이 충돌했다. 사법부는 이때 '정부 정책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는 의미다.

    배상 방법 어떻게?… "피해 입었어도 입증 쉽지 않아"

    부동산정책으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한 배상 방법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상 사법부가 정책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경우 마땅한 배상 방법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조태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결론을 내면 국가기관은 그 결과에 따라 영향력, 즉 '기속력'을 받게 된다"며 "문제는 정부가 기존에 했던 처분을 취소해도 (국민의) 피해가 회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불법행위의 존재 여부,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여부, 이 둘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손해가 있다면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액은 얼마인지 등도 모두 당사자가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해도, 실제로 이를 입증해 손해를 모두 인정받기 쉽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김예림 변호사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전했다. 그는 "(위헌결정이 난 경우)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 외에는 없을 것 같다"며 "이마저 어려운 것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면, 공무원들에게 고의·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정책에 따라서 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고의·과실이 있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이런 정책을 하면 유예기간을 두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서 권리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번처럼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고 부연했다. "당장 계약금을 넣었는데 대출이 안 된다고 해서 계약금을 날리고 집을 못 사는 분들도 생겼다"는 말도 보탰다. 

    한편 김 변호사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은 대출을 자유롭게 받고 투자해 재산권을 늘리는 등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며 "다만 권리 침해가 정책효과와 이익보다 클 때 위헌결정이 나는 데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은 '행정지도'로 정부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이유로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이번 부동산대책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낮게 봤다.   

    헌법 37조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