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 전 편성제작본부장 '적폐몰이,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다'…'비 언론노조원' 축출 생생 묘사
  •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공영방송을 휩쓴 광기 어린 '적폐몰이'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책이 나왔다. <적폐몰이,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다 - 언론노조의 MBC 장악 기록(도서출판 프리뷰)>이다. 저자는 MBC 편성제작본부장으로 일하다 '적폐인사'로 몰려 사표를 던진 김도인(58)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다.

    "그들은 반대 진영에 속한 사람을 '적폐'라 불렀다"


    저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에 의한 '낙인찍기'로 반대 진영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났다"며 자신도 개그우먼 김미화와 가수 윤도현을 방송현장에서 퇴출시키는 데 앞장선 '행동대장'으로 간주돼 2017년 6월 제3차 언론부역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고 말했다.

    언론노조가 교묘하게 맥락을 위조한 성명이나 기사를 발표하면 친(親)언론노조 매체들이 거대한 스피커 역할을 했고, 반론권이나 교차검증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언론이 사실확인 작업을 소홀히 하고 진영논리에 빠지면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는 저자는 "언론노조원들은 나를 언론부역자라고 낙인찍었는데, 나도 최근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을 언론부역자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쫓겨난 'MBC맨'이 바라본 언론노조 '적폐몰이'의 실체


    저자는 언론노조가 왜곡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김미화와 윤도현의 퇴출 과정, 2012년과 2017년 MBC 파업사태의 전말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2016년 연말의 탄핵국면부터 2017년 연말 경영진이 쫓겨날 때까지 벌어진 '낙인찍기'와 '적폐몰이'의 전 과정을 시간 흐름 순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책은 광기가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방송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이들이 있었기에 MBC는 사상 최악의 파업에도 72일 동안이나 버틸 수 있었고, 파업기간 핵심시간대 시청률이 지금보다 더 높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증언한다.  

    저자는 현재 우리 방송이 친정권적이고 정파적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언론노조의 실체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노조의 태동기부터 시작된 파업의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노영방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조가 세력을 휘두르게 되는 원인과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경영진의 인사권을 무력화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언론노조에 부여한 단체협약상의 공정방송 관련 조항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최근까지도 MBC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2012년 170일 파업의 전후 상황을 읽고 나면 MBC 파업에 대해 독자들이 알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언론의 자유는 시청자나 청취자의 권리이지, 방송사업자의 권리가 아니라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에 주목한다. 방송사업자나 방송 종사자의 관점이 아니라, 시청자나 청취자의 관점에서 공정방송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공영방송의 대명사인 영국의 BBC, 편성규약의 발상지인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방송제도, 그리고 방송의 양적규제제도를 도입한 프랑스의 사례들을 벤치마킹 차원에서 살펴봤다.

    유럽의 방송사들이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방송 제작이나 편성,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집단사고의 위험을 경계하는 반면, 우리 방송의 경우는 기자나 PD 대부분이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에 언론노조가 더이상 공정방송의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 저자 소개


    김도인 = 경남 사천시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인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로욜라매리마운트대(Loyola Marymount University)에서 미디어 MBA 과정을 마쳤다. 1986년 MBC에 라디오PD로 입사해 여러 보직을 거쳐 편성제작본부장을 끝으로 MBC를 떠났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적폐인사로 몰려 전방위적 퇴진 압력을 받다 2018년 1월 사표를 냈다. 2018년 8월부터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있다.

    MBC에서 '시선집중'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김한길 초대석' '싱싱한 아침세상' '현장 르뽀 마이크출동' 등 시사 프로그램과 '별이 빛나는 밤에' '지금은 라디오시대' '싱글벙글 쇼' '우리는 하이틴' '김창완의 내일로 가는 밤' 등의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라디오 주요 부장과 외주국장, 라디오국장, 편성국장을 거쳐 2017년 편성제작본부장이 됐다.

    저자는 퇴직 이후 최근의 MBC 뉴스 등을 지켜보면서 노조의 활동과 그들이 주도한 파업이 공정방송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MBC가 진영논리를 벗어나 다양한 의견의 공론장이 되고, 사회 통합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책에 담았다.   

    [사진 제공 = 도서출판 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