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IP가 임종석 통해 요청" 메모 확보… "靑이 나서서 '송철호 경쟁자' 정리했다"
  • ▲ 지난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송철호 후보를 돕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지난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송철호 후보를 돕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출마를 요청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검찰은 문 대통령이 2017년 10월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요청했고, 청와대는 여당 내 송 시장의 경쟁자를 정리하려 했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유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 자택 및 집무실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업무일지에서 이 같은 취지의 메모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18일 보도했다. 송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 부시장은 2017년 10~11월 청와대에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위 의혹이 담긴 문건을 최초 제보한 인물이다.

    송 부시장의 업무일지에는 2017년 10월13일 '(대통령)비서실장 요청'이라는 제목의 메모가 나온다.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임종석)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VIP(문 대통령)가 30년 친구인 송 시장을 출마시키고 싶지만 '부담스러워' (임종석) 실장이 대신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병기 '중앙당·BH, 宋 경쟁자 제거' 업무일지에 적어

    송 부시장이 2017년 하반기 송철호 시장 선거준비팀에서 일하며 적은 이 업무일지에는 문 대통령 뜻에 따라 '교통정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발전), B(자리 요구)'라는 대목이 있고, 그 후 날짜의 메모에는 "중앙당과 BH, B 제거→ 송 장관 체제로 정리", 당시 부산의 민주당 C국회의원이 "B씨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 등의 문구가 있다. 메모에 등장하는 A와 B는 모두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들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출마 권유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긴 어렵지만, 이 같은 권유 직후 청와대가 송 시장을 지원하고 당내 경쟁 후보들을 배제하려고 시도했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소지가 크다고 본다.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울산시장후보 경선을 치르지 않고 송 시장을 단독공천했다.

    법조인 출신인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공천 개입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고, 법원이 판결해서 2년형이 나왔다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최소 2년형은 받으셔야 된다"며 "이 사건 수사한 게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그 내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개입' 2년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상황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친박인사들을 공천하기 위해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공무원의 정당 경선 관여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송 시장의 당선으로 낙선한 김 전 시장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청와대가 경찰로 내려보낸 자신의 첩보에 단순 비위 내용뿐 아니라 '법정형' '징역 몇 년형'과 같은 형사처벌조항 문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청와대의 ‘하명수사’의혹이 구체화되며 표면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이날 해당 제보가 가공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보 작성자 문모 전 행정관의 사무실이 있는 국무총리실을 압수수색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경찰청, 그리고 또 그 위의 권력기관이 어디까지 개입한 것인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며 "이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선거공작이다. 국민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다. 이제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상진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울산시장의 부정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그리고 권력을 동원한 관권·부정선거에 대해서 출마를 요청한 이후에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확실한 답을 할 것을 요청한다"며 "그것이 유효할 경우에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을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기자가 소설 쓰는지 알 수 없다" 발끈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 의혹 보도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드리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지난해 울산시장선거와 관련한 어떤 관여도 한 바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 검찰 관련 보도에는 입장이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 "도저히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나서야 대응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보도가 이어질지 (봐야 한다)"라고 답했다. 또 "검찰발 기사라는 것이 실제로 검찰에서 얘기해준 내용인지, 아니면 기자들이 소설을 쓰신 것인지 알 수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