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전략으로 대응… "검찰 혐의 입증 자신, 둘 다 처벌 피하기 어려울 듯"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뉴데일리 DB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뉴데일리 DB
    조국 일가 사모펀드 투자 의혹의 핵심인물인 조범동(36) 씨가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씨를 '공범으로 추가'하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이의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씨가 "조범동의 혐의가 덧씌워졌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조씨와 정씨 양측이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둘의 범행 역할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전략을 짰지만, 결국 이들의 선택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소병석)는 16일 조씨의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공소장 변경의 주요 내용은 조씨가 정씨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허위 경영 컨설팅을 계약한 뒤 회삿돈 1억5700만원을 지급한 혐의에 정씨와 정씨의 동생을 공범으로 추가한다는 것이다. 조씨의 금융위원회 허위 보고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에도 정씨를 공범으로 명시했다. 

    조씨 측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재판부에 "이의가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조씨 측 견해를 들은 후 검찰의 신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경심=공범' 인정한 조범동… 범행 역할 따져 '감형' 노림수

    조씨가 5촌 친척인 조 전 장관의 부인이자 한때 사업 파트너였던 정씨에게 '불리한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우선 조씨가 자신의 재판전략에 따라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조씨와 정씨가 공범이라고 해도 범행에서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재판과정에서 형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씨 측 변호인단은 지난 10월 "검찰이 조씨의 혐의를 덧씌우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씨에게는 범행상 역할이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조씨는 정씨에게도 어느 정도 역할이 있었다는 취지의 견해를 보였다. 조씨는 정씨의 견해 발표 이후 같은 달 변호인을 통해 "공범 중 누구의 책임이 더 크냐는 건 책임 분배의 문제"라며 "하지만 정씨는 죄가 없다며 조씨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이라 아예 결이 다른 이야기다. 듣고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조씨 측은 "(정씨 측 주장을) 반박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동정범 중에서도 범행에서 역할을 많이 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결국 재판부가 어떤 법리적 해석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양측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전략을 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공범으로 적시된 정씨가 가져간 자금이 검찰이 판단한 조씨의 총 횡령금인 72억원에서 감경될 수 있다고 조씨 측이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씨 혐의의 핵심은 72억원에 이르는 횡령이다. 조씨 측으로서는 자신에게 적용된 횡령액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감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검찰은 조씨의 횡령액 중 10억원가량이 정씨에게 전달됐다고 본다.

    "정경심·조범동, 자기 꾀에 넘어가는 꼴 될 것"

    조씨와 정씨 양측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 고려한 선택이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말한다. 조씨와 정씨의 경우에도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전략을 짰지만, 결국 양측 모두 처벌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조씨와 정씨의 경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재판에서 유리할 있기 때문에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정씨의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이는 만큼, 양측 모두 처벌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경심이든 조범동이든, 두 명 모두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겠지만,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씨에게 화가 난 조씨의 감정문제도 조씨의 선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변호사는 "조씨 측으로서는 같이 한 일인데 '정씨는 왜 나에게 다 뒤집어씌우려 하느냐'고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정씨가 '조씨 혐의가 덧씌워졌다'는 견해를 발표한 시점부터 이미 둘 사이는 틀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