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화성 8차' 국과수 증거물 조작, '가혹행위 인정' 진술 확보… "이 사건만?" 경찰 불신 커져
  • ▲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의 불법 행위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52)씨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국과수의 증거물 조작이 드러나고, 검찰은 당시 윤씨를 수사했던 경찰관들의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진술까지 받아냈다. ⓒ정상윤 기자
    ▲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의 불법 행위가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52)씨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국과수의 증거물 조작이 드러나고, 검찰은 당시 윤씨를 수사했던 경찰관들의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진술까지 받아냈다. ⓒ정상윤 기자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과 경찰의 불법행위 실체가 드러났다. 8차 사건 범인으로 윤모(52) 씨를 지목하게 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국과수의 증거물 조작이 드러나고, 당시 윤씨를 수사했던 경찰관들은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뒤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지난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경찰의 강압적 수사와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선 "이런 경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윤씨 수사 경찰관 "가혹행위 있었다" 진술

    검찰은 최근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윤씨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당시 수사경찰관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은 13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준철)가 최근 '8차 사건' 당시 수사관이었던 장모 형사 등 3명을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윤씨 변호인 측은 "장 형사 등은 최근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잠을 재우지 않거나 폭행하는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윤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그동안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윤씨를 불러 조사했기 때문에 가혹행위를 할 필요조차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윤씨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자백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의견서를 통해 "조사 첫날부터 잠을 재우지 않은 사실은 수사기록, 항소심 판결문 등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윤씨는 일관되게 경찰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윤씨 역시 한 언론에 "장 형사 등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나에게 쪼그려뛰기를 시키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불법적으로 폭행하고 체포·감금하는 직무상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 형사 등은 검찰 조사에서 윤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인정했지만, 폭행과 관련된 의혹은 이미 사망한 또 다른 수사관 최모 형사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최 형사가 (윤씨를) 때리고 고문까지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국과수 감정서 조작" 수사 본격화… "수사권 어떻게 주나" 비난 봇물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 '조작 수사'도 본격화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날 국과수와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를 불러 감정결과서 조작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수사팀은 12일 "1989년 수사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체모에 대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과수가 실시했던 방사성동위원소(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분석을 실제로 실시했는데, 연구원 감정 결과와 국과수 감정서 내용 결과가 전혀 다르게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과수가 당시 윤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조작한 것으로 본다. 아울러 검찰은 장 형사 등의 진술, 과거 경찰 수사 기록, 윤씨 측의 재심청구서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편 가혹행위를 동원해 장애인을 범인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최근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등 각종 '권력형'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한 네티즌(six3****)은 "장애인을 범인으로 만드는 이런 파렴치한 경찰에 수사권을 어떻게 믿고 넘겨주냐"고 개탄했고, 다른 네티즌은 "이 사건만 그렇겠냐. 재판에서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 사건을 모두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문재인 정권 들어 경찰의 범법행위가 기승을 부린다"며 "정권 충견을 자처하는 경찰청장부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